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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과밀’ 충격파… 인턴·전공의 수련까지 위기 [의·정 갈등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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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025학번 동시 수업 ‘더블링’
교수 인력·인프라 부족 ‘한계 직면’
증원분까지 더하면 ‘감당불가’ 지적
학생 절반 이상 “교육 질 떨어졌다”
본과 진입 후도 악영향 지속 우려

지난 정부에서 이뤄진 의대 2000명 증원 조치에 따른 의·정 갈등과 집단 휴학 여파로 2024·2025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이른바 ‘더블링’ 상황이 이어지면서 의료 교육 현장의 인력과 인프라 부족에 따른 피로감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7월 이후 지정취소 처분을 받는 수련병원이 나올 경우 예비 의사 교육과 전공의 수련 체계가 동시에 위기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2027~2031학년도 의대 학생 정원 배정안’에 따르면 지역의사제 도입에 따른 증원 인원분은 지역 거점 국립대와 소규모 의대 등 32개에 집중 배정됐다. 충북대·강원대·제주대 등 일부 대학은 기존 정원의 2배 수준으로 몸집이 커진다. 교육부는 대학별 정원 규모에 맞춰 강의실과 실습실, 기자재 등을 단계적으로 확충하고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임상교육훈련센터를 구축해 교육의 질을 담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의과대학의 모습. 뉴스1
의과대학의 모습. 뉴스1

현재 보건복지부는 2027년까지 거점 국립대 의대 전임교원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현장에서 교수진 확충이 시급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더블링으로 인한 학생 수 급증에 더해 의대들은 증원분까지 감당해야 하지만 인프라와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의대 교수는 “이미 많은 교수가 현장을 이탈한 상황에서 학생 수만 늘어난다면 교육 여건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하루 1건 일하던 직원에게 갑자기 10건을 하라고 하면 버틸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어 “현재 교수들은 주 72시간에서 많게는 100시간 넘게 근무하며 교육 캐파(역량)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며 “정부 정책에는 교육을 하는 사람에 대한 고려는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학생 수 급증을 감당하지 못한 일부 대학은 교육 여건 부실을 이유로 낙제 위기에 처했다.

최근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주요변화평가에서 교육여건 부실을 이유로 ‘불인증’ 판정을 받은 전북대 의대가 대표적이다. 서남의대 폐교에 따른 정원을 흡수해 이미 학생 수가 많았던 상황에서 증원 인원과 휴학 후 복학 인원이 겹치는 ‘더블링’이 결정타가 됐다.

경남의 한 수련병원 교수는 “버스 정원이 40명인데 80명을 태우면 당연히 문제가 생기지 않겠느냐”며 “1980년대 ‘졸업정원제’ 시절 강의실이 부족해 늦게 가면 자리가 없고, 장비가 없어 해부학 실습을 제때 못했던 낙후된 환경으로 역행하고 있다”고 했다.

한 의과대학 부속 건물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한 의과대학 부속 건물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학생들 역시 교육의 질 저하를 체감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전국 40개 의대 24·25학번 재학생 3109명이 지난해 교육부에 제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입학 초기 기존 정원 체제를 경험했던 24학번의 84%(1076명)가, 25학번의 59%(1062명)가 교육의 질이 떨어졌다고 느꼈다. 24·25학번 절반 이상은 교육 인프라 부족을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57%(1771명)는 “강의실 부족으로 수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고, 전체 50%(1532명)는 강의실 좌석 수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향후 교육 과정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다.

전체 응답자 95%(2954명)는 “본과 진입 이후 실습 인원 과밀, 병원 수용 한계, 인턴 정원 부족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고 했다. 92%(2836명)는 “현재 혼란이 본과는 물론 인턴·레지던트 과정까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