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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혹스러운 정부… 파병, 대북태세·국회동의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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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 억제가 최우선 상황 속
대규모 해군 전력 차출 어려워
정치권 “헌법에 따라 동의 필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에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요구하면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16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 차원의 공식 요청은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정부는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언급한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SNS라는 표현에는 양국 간 외교적 논의 단계로 진입하진 않은 상황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평가다. 다만 미국이 한국 정부에 공식 요청하면, 범정부 차원의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경남 거제시 지세포 인근 해상에서 청해부대 19진의 민관군 해적진압 훈련이 실시 중이다. 연합뉴스
경남 거제시 지세포 인근 해상에서 청해부대 19진의 민관군 해적진압 훈련이 실시 중이다. 연합뉴스

정부 검토 과정에선 국회 동의와 군사대비태세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군 안팎에선 고강도 교전 지역인 호르무즈해협 파병 시 독립적 작전 능력을 갖춘 해상전력이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군사적 측면에서 이지스구축함·호위함·소해함·보급함 등으로 구성된 해상전투전단의 필요성이 거론되는 대목이다. 청해부대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독자적인 해상작전이 가능한 수준이다. 반면 북한 도발 억제가 우리 군의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전력 차출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파병 결정 시 파견 규모를 줄이되 부족한 전력 문제는 우방국 지원을 받아서 해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국회 동의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해외 파병은 기본적으로 국회 동의를 거친다. 청해부대(소말리아)와 자이툰부대(이라크전쟁) 등도 국회 동의 절차를 밟았다. 다만 청해부대는 2020년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됐을 때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고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해협까지 확대한 바 있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호르무즈해협은 한국 해군이 독자적으로 활동하기에는 위협 강도가 매우 높은 교전 지역이 됐고, 미국 등 우방국과 공동작전을 진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교전지역에서 우방국들과 함께 활동했던 이라크·아프간 파병처럼 호르무즈해협 파병에서도 국회 동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2004년 자이툰부대 파병처럼 사회적 논란이 증폭될 우려도 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미국의 이란 공격을 ‘침략범죄’로 규정하며 “이란을 향한 군사 행동에 동참하는 것은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우리 헌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고민이 깊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호르무즈해협 군함 파견 문제는 우리 군의 전투 개입 가능성이 큰 지역에 파병하는 중대한 결정에 해당한다”라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회 동의가 필수적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아덴만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를 호르무즈해협으로 이동 배치하는 문제 역시 본래 파병 목적을 변경하는 군사행동인 만큼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미국의 파견 요청에 대해 “중동의 복잡한 정치 상황과 이란과의 관계, 한·미동맹, 우리 상선 보호, 파병 부대 안전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여러 요소를 복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파병에 반대한다며 이날 오후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