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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깊어지는 7개국… 中, 정상회담 볼모에도 사실상 파견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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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호위’ 신중모드

中, 美 요청 질문엔 “추가 정보 없다”
정상회담과 관련 “계속 소통 유지”

英 총리 “나토 임무 아냐” 확답 피해
日·佛 등도 특별한 입장은 안 밝혀
사실상 ‘완곡한 거절’ 분석도 나와
濠·獨, 선제적으로 군사 개입 거부

전문가 “선박 보호는 매우 큰 도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을 석유 수입 경로로 이용하는 7개국에 대해 해협 안전보장 활동 참여를 연일 요구하고 나서며 해당 국가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각국과 잇따라 소통하고 있지만 대부분 이란 전쟁 추이를 지켜보며 신중한 접근을 하려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 7개국에 ‘호르무즈해협 호위 연합’ 참여를 요구했다”고 했다. 그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전날 언급한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외 추가 2개국이 어디인지 불확실하고, 5개국에서조차 아직 원론적인 대응 외의 화답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2026년 3월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6년 3월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까지 들며 군함 파견을 압박한 중국은 사실상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해석된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군함 파견 요구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관련해 “각국은 군사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최근 호르무즈해협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화물 및 에너지 교역 통로에 충격을 주고 있으며 지역과 세계의 안정을 훼손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그는 미국으로부터 군함 파견 등 요청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추가로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계속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여러 국가의 군함으로 해협을 채우는 것은 안보 확보가 아니라 오히려 분쟁의 불씨를 만들 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정면 비판했다.

 

영국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호르무즈해협 호위 연합 참여를 요청 받았으나 확답하지 않았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6일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대해 “가능한 빨리 항행의 자유를 회복하려 모든 동맹국과 협력하고 있다”면서도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임무는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둔다”고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실행 가능한 계획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만 답했다. 앞서 에드 밀리밴드 영국 에너지안보 장관도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가장 좋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공격을 받아 불이 난 태국 국적 화물선 마유리 나리호 모습. EPA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공격을 받아 불이 난 태국 국적 화물선 마유리 나리호 모습. EPA연합뉴스

미국은 일본과도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과 전날 약 30분간 전화통화에서 중동 정세 현황과 전망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장관은 호르무즈해협을 비롯한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매우 중요하며 미국을 비롯한 관계국과 함께 의사소통을 잘해가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양국 외교장관도 이날 전화로 중동 정세를 논의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16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으로부터 호르무즈해협 선박 호위에 대해 “아직 요구받지 않았다”며 “일본 법의 범위 내에서 일본 관련 선박과 선원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프랑스는 자국과 역내 파트너들의 자산을 보호하고 항행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엄격하게 방어적인 틀 안에서 행동하고 있다”며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를 가능한 한 빨리 복원해야 한다”고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받은 국가들의 이 같은 반응은 사실상 완곡한 거절에 가깝다는 평가다. 군함을 파견했다가 자칫 이란의 공격 표적이 될 경우 전쟁에 자국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깊숙이 끌려갈 수 있다. 이란 전쟁이 전 세계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 연합에 참여할 경우 외교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에 선제적으로 군사 개입 거부 의사를 밝힌 나라도 있다. 캐서린 킹 호주 교통부 장관은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우리는 호르무즈해협에 배(군함)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으로부터 호위 참가를) 요청받지 않았고 기여하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도 호르무즈 군사작전과 관련해 “즉각적인 필요성이 없다. 무엇보다 독일이 참여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를 해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를 실행하려면 지상군을 포함한 상당한 군사력 투입과 장기 작전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상전을 감행할 경우 해병대를 필두로 한 미군 정예 병력이 남부 해안가에 상륙해 드론·미사일 발사대를 파괴하는 작전에 나설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최근 일본에 배치돼 있던 제31해병원정대 등 2500여명을 중동으로 이동 배치한 것이 주목받고 있다. 지정학·안보 분석가인 마이클 호로위츠는 “선박을 보호하는 것은 매우 큰 도박”이라며 “매우 좁은 해협에 군사 자산을 배치하게 되는데 이는 이란에 근거리 공격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