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한 국제투자분쟁(ISDS) 관련 소송들에서 잇달아 승소한 정부가 ISDS에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입법 절차에 착수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이 대표발의할 예정인 법률안에는 법무부 장관이 매 5년 ISDS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도록 하고, ISDS 유관 부처·기관들의 상호 협력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국제투자분쟁의 예방 및 대응에 관한 법률안’을 살펴보면 이 법안은 제4조에서 “법무부 장관이 국제투자분쟁 예방 및 대응을 위하여 5년마다 국제투자분쟁 기본계획을 수립 및 시행하도록 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5·6·7조는 국제투자중재시설 설치 등에 필요한 사항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양성기관 지정, 국가의 필요 비용 지원 등에 관한 조항이다.
이 법안은 또 법무부가 ISDS에 관한 정부 간 협력과 예방·대응체계를 총괄하는 한편, 국제투자분쟁예방·대응단을 구성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법무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ISDS 관계 부처 회의를 소집할 수 있게 하고, 유관 기관들이 자료의 보존과 수집, 정보 공유, 예산 편성·집행 등을 상호 협력해야 한다는 의무도 부과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ISDS 관련 예산 편성과 집행 노력 의무를 부과하고, 처분청에도 예산 편성·집행 의무를 지도록 했다. ISDS에 관해선 이 법이 다른 법에 우선 적용된다는 조항도 담겼다.
앞서 정부는 2019년 ISDS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 훈령으로 ‘국제투자분쟁의 예방 및 대응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고 관계부처 소속 공무원으로 구성된 조직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현재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 외교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현 산업통상부) 등 소속 공무원들로 구성된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법무부에 설치해 대응 전략 수립과 예방 활동·교육, 법률자문 등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각 관련 ISDS 취소소송에서 승소한 데 이어 지난달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1600억원 상당의 돈을 지급하라는 ISDS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취소소송에서 이기고, 이달 14일에는 스위스 승강기업체 쉰들러 홀딩 아게가 제기한 ISDS에서 승소하는 등 연이어 성과를 냈다. 그럼에도 쟁점이 복잡한 ISDS 사건 특성상 행정부 차원이 아닌 전국가적 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상대 외국 기업 측이 한국의 수사와 재판, 혹은 입법 사항을 문제 삼는 경우가 있어 행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조아라 법무부 국제투자분쟁과장은 이날 쉰들러 ISDS 승소 관련 브리핑에서 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박 의원과 협업해 이 법안을 준비 중이고,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ISDS에 대응하려면 (상대측이) 문제 삼는 처분청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외국인 투자자의 주장이 사실인지 자료를 받아야 하는데, 문제는 그 내용이 법률로 비밀유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 훈령으로는 예외 조항을 통해 제공받기 어려웠다”며 “소송 기간이 오래 걸려서 비용이 많이 드는데, 분쟁 대응 부서에서 예산 문제까지 신경쓰느라 소송에만 집중할 수 없는 점도 문제였다”고 부연했다.
박 의원은 “외국인 투자 증가와 국제 정세의 변화 등에 따라 국제투자분쟁 관련 위험 부담도 상승할 우려가 있다”며 “대한민국 국익을 더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발의에 참여할 의원들을 모아 17일 법안을 대표발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