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경순찰대(Border Patrol) 최고 지휘관이 지난 1월 미 중북부 미네소타주(州)에서 불법 이민자 수색 작전 도중 미국인 2명이 숨진 사건에 책임을 지고 공직에서 은퇴한다.
16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그렉 보비노(56) 전 국경순찰대장은 57세 정년을 1년가량 앞두고 국토안보부에 퇴직 의사를 밝혔다. 보비노는 시민들 사망 사건 이후 순찰대장 직무에서 배제된 채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로 지내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국경 경비 및 불법 이민자 단속이 강화되며 국경순찰대의 역할도 커졌다. 보비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5년 1월부터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캘리포니아주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을 이끌었다. 그해 6월 미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에서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을 때 그는 진압 작전 책임자를 맡아 가차없는 공권력 행사로 대중 사이에 악명을 떨쳤다.
국경순찰대는 이민세관단속국(ICE)과 더불어 국토안보부 산하에 있다. 보비노의 강경한 태도와 거침없는 추진력을 눈여겨 본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2025년 10월 그를 국경순찰대 조직 전체의 대장으로 임명했다. 이후 보비노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등에서 전개된 대규모 불법 이민자 수색 작전을 현장에서 직접 지휘했다.
올해 1월 미니애폴리스에서 국경순찰대와 ICE 등이 합동 단속을 벌이던 중 심각한 사고가 발생했다. 불법 이민자와 무관한 평범한 미국 시민 르네 굿(37·여)과 알렉스 프레티(37)가 요원들이 쏜 총에 맞아 숨진 것이다. 현장 지휘 책임자인 보비노는 “우리 요원들의 정당한 검문 요구에 불응했다”, “소지하고 있던 총기로 요원들을 위협했다” 등 이유를 내세우며 정당성을 강변했으나 시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심지어 여당인 공화당에서조차 “부당한 법 집행”이란 비판이 터져 나왔다.
수세에 몰린 백악관은 보비노에게서 현장 지휘권을 박탈하고 국경순찰대장에서도 직위 해제했다. 이에 보비노는 원래 근무지였던 캘리포니아로 돌아가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에 들어갔다. 트럼프는 이달 초 무리한 불법 이민자 단속의 책임을 물어 놈 장관도 경질하고, 마크웨인 뮬린 공화당 상원의원(오클라호마)을 후임 국토안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보비노를 발탁한 놈의 몰락으로 보비노의 퇴장도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학 졸업 후 1996년 26세 나이로 국경순찰대에 입대한 보비노는 올해로 꼭 30년을 근무했다. 미 언론은 장기 근속자인 보비노가 은퇴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고 전했다. 보비노는 언론 인터뷰에서 “내 인생 최대의 영광은 미국의 국경과 내륙이 가장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순간에 국경순찰대 요원들과 함께한 것”이라며 “매우 위험한 환경에서 요원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경외감을 갖고 지켜봤다”는 소감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