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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10년 뒤 ‘심장’ 노리는 임신 중 고혈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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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첩 전자간증 시 최대 2.9배 위험… 출산 후 정기 검진 및 관리 필요
임신이라는 열 달의 여정은, 여성의 평생 혈관 건강을 확인하는 첫 번째 관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임신이라는 열 달의 여정은, 여성의 평생 혈관 건강을 확인하는 첫 번째 관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출산은 여성의 인생에서 가장 경이로운 순간이지만, 신체에는 적지 않은 흔적을 남긴다. 특히 임신 중 겪은 고혈압을 단순히 ‘잠시 지나가는 증상’으로 여겼다가는 훗날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17일 의학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박준빈·곽순구 교수팀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에서 출산한 여성 약 57만 명을 추적 관찰했다. 임신 중 고혈압을 경험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장기적으로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1.62배 높았다. 조사 대상 산모의 4%가 임신 중 혈압 문제를 겪었는데 이들에게 임신은 단순한 열 달의 과정이 아니라 평생의 혈관 건강을 좌우하는 분기점이었던 셈이다.

 

◆ 가장 위험한 신호, ‘중첩 전자간증’

 

연구팀은 고혈압의 유형을 다섯 가지로 세분화해 분석했다. 이 중 가장 주의해야 할 집단은 이른바 ‘중첩 전자간증’군이다. 이는 기존에 고혈압이 있던 산모에게 임신중독증(전자간증)이 겹치는 경우를 말한다.

 

이들의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은 정상 산모 대비 무려 2.9배에 달했다. 이어 만성 고혈압군(1.81배), 불특정 고혈압군(1.61배), 임신성 고혈압군(1.53배), 전자간증·자간증군(1.50배) 순으로 위험도가 높았다. 단순히 임신 기간에만 일시적으로 혈압이 높았던 경우라도 일반인보다는 훨씬 높은 위험 지표를 보였다.

 

건강한 육아의 전제 조건은 결국 엄마의 튼튼한 심장과 혈관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건강한 육아의 전제 조건은 결국 엄마의 튼튼한 심장과 혈관이다. 게티이미지뱅크

 

◆ 임신은 혈관 건강의 ‘스트레스 테스트’

 

전문가들은 임신을 여성의 평생 건강을 미리 들여다보는 ‘창’으로 비유한다. 임신이라는 급격한 신체 변화 속에서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다는 것은, 향후 나이가 들었을 때 혈관 체계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는 일종의 예고편이기 때문이다.

 

특히 심혈관 질환은 발생 초기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방치되기 쉽다. 이번 연구는 임신 중 혈압 문제가 출산과 동시에 종료되는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심장이 보내는 간절한 구조 신호임을 시사한다. 약 6.5년에 걸친 추적 관찰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임신 중 고혈압 유형별 위험도 비교표. 제미나이를 이용해 생성한 AI인포그래픽.
임신 중 고혈압 유형별 위험도 비교표. 제미나이를 이용해 생성한 AI인포그래픽.

 

◆ 출산 후 ‘골든타임’을 사수하라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도 중증 심혈관 질환은 가계에 막대한 의료비 부담을 지우는 위험 요인이다. ‘나중에 관리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보다는 조기에 예방하는 것이 비용과 건강 측면 모두에서 효율적이다.

 

박준빈 교수는 “임신 중 혈압 문제를 일시적 현상으로만 볼 게 아니라 향후 심혈관 건강을 점검해야 하는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고위험군 산모는 출산 후에도 정기적인 검진과 생활 습관 관리를 통해 심혈관 질환을 적극적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