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심할수록 AI(인공지능)를 활용한 고민 상담 경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면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AI 상담이 훨씬 간편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11월 15∼49세 수도권 거주자 10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 선별검사(PHQ-9)에서 응답자의 70%가 ‘정상’, 19%가 ‘경도 우울’, 11%가 ‘중증 우울 이상’으로 분류됐다.
세 집단 가운데 정상 집단은 AI 상담 이용률이 27% 수준인 것에 반해 경도 우울 집단은 41%, 중증 우울 이상 집단은 5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상군보다 우울증 고위험군의 AI 상담 이용률이 2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이는 심리적 고통이 클수록 대면 상담의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AI를 통해 익명으로 쉽고 빠르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경기연구원은 설명했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의 경우 ‘중증 우울 이상’ 비율이 19%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는데 낙인 우려 등 심리적 문턱을 낮춰주는 AI 상담이 효과적인 도구가 되고 있다고 경기연구원은 봤다.
응답자의 77%는 AI를 정서적 지원에 사용한 경험 여부와 상관없이 ‘향후 AI로 고민 상담을 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경기연구원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정신건강센터 현장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상담 품질을 높이는 AI 지원 시스템 구축 △정신건강과 행정 빅데이터를 연계해 취약 집단을 조기에 지원하는 예방적 정책 체계 마련 △AI가 초기 평가를 돕되 최종 판단과 돌봄은 사람이 담당하는 하이브리드 케어 체계 도입 등을 제안했다.
이근복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AI는 정신건강 서비스의 공백을 메우고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강력한 기술인 것은 맞지만 상담자가 더 많은 도민을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도록 돕는 보조 도구로 활용돼야 한다”며 “기술의 효율성과 사람 중심의 따뜻한 돌봄이 조화를 이루는 경기도만의 포용적 정신건강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