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금전 수수 혐의를 부인해 왔던 김영환 충북지사의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허위 증거를 제출하는 등 증거 인멸 우려가 높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1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사업체를 운영하는 지역 체육계 인사들로부터 총액 3천1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김 지사는 충북도청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된 지난해 8월 21일부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왔다.
특히 윤두영 충북배구협회장으로부터 괴산군 청천면 소재 농막 인테리어 비용 2천만원을 대납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아내 명의로 인테리어 업자 A씨에게 공사 대금을 이체한 내역을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 지사가 제출한 이체 내역은 본인의 농막 인테리어 공사와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체적인 농막 인테리어 공사 견적과 김 지사가 제시한 이체 내역이 일치하지 않아서다.
경찰이 확보한 견적서 등에 따르면 A씨 업체가 농막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한 시점은 2024년 8월 한달간이며, 시공 비용은 2천만원이었다.
경찰은 윤 배구협회장이 해당 기간 두차례에 걸쳐 정확히 A씨에게 2천만원을 이체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2024년 6월∼10월 4차례에 걸쳐 총 1천800만원을 이체한 내역을 제출했다.
경찰이 인테리어 업체의 공사 수주 내역을 분석한 결과 김 지사가 제출한 것은 그의 아들이 A씨에게 맡긴 별개의 공사 대금 송금 기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점을 토대로 경찰은 김 지사가 자신의 혐의를 벗기 위해 허위 증거를 제출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김 지사 측에 회유돼 핵심 진술을 번복했다고도 의심한다.
애초 A씨는 경찰에 "농막 공사 비용을 윤 배구협회장한테 대신 받았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이후 돌연 김 지사와 윤 배구협회장 양측으로부터 이중으로 공사 대금을 받았다고 진술을 바꿨다.
김 지사의 아내와 윤 배구협회장이 서로 농막 인테리어 공사를 의뢰했으며, 이 사실을 양측에 숨긴 채 한 번의 공사로 두 번의 대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윤 배구협회장이 당초 농막 공사비를 대납한 사실을 시인한 점, 윤 배구협회장이 농막 소유주인 김 지사에게 알리지 않고 인테리어 공사를 추진할리 없다는 점 등을 토대로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김 지사 주변과 친분이 있는 A씨가 김 지사를 감싸기 위해 진술을 번복했다고 판단하고 이날 증거인멸 혐의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신청했다.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에는 현직 광역단체장인 그가 뇌물을 대가로 윤 배구협회장에게 특혜를 제공한 혐의가 중대하다는 판단도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김 지사가 공사 비용 대납의 대가로 윤 배구협회장이 운영하는 B 식품업체에 특혜를 제공했을 가능성을 의심해왔다.
B 업체는 농막 공사가 진행된 그해 말 괴산 소재 비닐하우스에서 양액 재배 방식으로 쪽파를 재배할 수 있는 충북도의 스마트팜사업에 참가했다.
재배 단지에는 수천만원 상당의 첨단 베드 등의 시설이 설치된 상태였다. 김 지사가 시설 사전 설치에 대해 관계부서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경찰이 집중적으로 살폈던 이유다.
충북도는 도비를 들이지 않고 무료 시범사업 방식으로 해당 시설을 설치할 기업을 별도로 모집했었다.
경찰은 이 과정에 김 지사가 적극 개입한 정황을 관계 공무원의 진술 등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찰은 타 지자체를 포함해 스마트팜사업에서 고가의 첨단 시설을 사전에 설치한 사례는 거의 없다는 점 등을 토대로 김 지사가 윤 회장 측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결론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팜사업의 경우 참가 기업에 시설 설치비를 일부 지원해주거나 대출 혜택을 주는 것 정도가 일반적인 방식이라는 게 경찰의 시각이다.
경찰은 김 지사와 윤 배구협회장이 명시적으로 대가를 약속하거나 약속받은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대가성에 대한 사전 교감이 있었다고 의심되는 통화 녹취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김 지사가 지난해 4월과 6월 윤 배구협회장 등 체육계 인사 3명으로부터 총 1천100만원의 현금을 출장 여비 명목으로 받은 혐의와 관련해서도 김 지사가 이들과 사전에 입을 맞춘 뒤 객관적인 증거와 배치되는 진술을 하며 혐의를 부인한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 중인 사안이라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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