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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 밟혀 쓰러진 황인범…홍명보호, 월드컵 앞두고 ‘중원 붕괴’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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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 부상 이탈…미드필더 12명에도 ‘조율형’ 공백
빌드업 핵심 사라진 홍명보호, 전술 완성도 ‘흔들’
월드컵 3개월 앞두고 ‘플랜B’ 시험대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6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3월 유럽 원정 평가전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6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3월 유럽 원정 평가전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향해 출항한 ‘홍명보호’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중원사령관’ 황인범(30·페예노르트)이 예기치 못한 부상을 당했다. 홍 감독의 빌드업 축구의 핵심 역할을 하는 황인범의 부상은 단순한 전력 공백을 넘어 대표팀 전술의 뿌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황인범은 지난 16일 2025~2026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엑셀시오르와의 경기에서 전반 40분 볼 경합 과정에서 상대 선수에게 오른발 발등을 강하게 밟혀 쓰러졌다. 다친 발로 그라운드를 밟을 때 통증을 느낀 황인범은 의료진의 부축을 받으면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같은 날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3월 A매치 2연전에 나설 27명의 태극전사 명단을 발표했다. 황인범도 포함됐지만, 유럽 원정 2연전을 소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대표팀 27명 중 미드필더만 12명이다. 숫자만 보면 중원 자원이 두터워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황인범이 빠진 자리는 단순한 한 자리 공백이 아니라, 특정 역할 자체가 통째로 비는 구조적 결손에 가깝기 때문이다.

 

홍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의 핵심은 후방에서 시작되는 빌드업이다. 수비라인 앞에서 공을 받아 공격 전개 방향을 설정하고, 템포를 조율하며 공격의 출발점을 만드는 연결고리 역할이 필수다. 홍명보호 출범 후 그 역할을 전담해온 선수가 바로 황인범이다. 다소 왜소한 피지컬이 약점으로 꼽히지만, 황인범은 정교한 킥력과 넓은 시야, 볼 컨트롤을 앞세운 개인 탈압박 능력을 보유해 수비형 미드필더처럼 수비라인 깊숙히까지 내려와 공을 받아 빌드업의 출발점을 만들고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전진 패스를 공급하며 경기 흐름을 설계하는 중원사령관의 역할을 해냈다. 

 

문제는 현재 대표팀 미드필더 자원 가운데 황인범을 제외하면 이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대체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 자원마다 강점은 분명하다. 수비 안정에 특화된 선수, 활동량과 압박 능력이 뛰어난 자원, 공격적인 전진성에 강점을 지닌 유형까지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그러나 이들을 하나로 묶어 경기 흐름을 설계하는 ‘조율형 미드필더’ 자원은 부족하다. 결국 황인범의 이탈은 기능적으로는 완벽하게 대체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전술을 수정해 빌드업 부담을 분산하거나, 기존 자원들에게 역할을 분담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어느 쪽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전술 변화를 택할 경우 홍 감독이 구축해온 점유형 축구의 색깔이 흐려질 수 있고, 역할 분담은 조직력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검증되지 않은 자원을 투입하는 선택 역시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변화보다 안정에 방점을 찍은 홍 감독의 기조는 이번 명단에서도 드러난다. 새로운 얼굴보다는 기존 주축 자원 위주로 명단을 꾸렸다. 지난해 11월 소집과 비교해 변화는 4명에 그친다. 월드컵을 불과 3개월 앞둔 시점에서 조직력 유지와 전력 점검을 동시에 고려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6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3월 유럽 원정 평가전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6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3월 유럽 원정 평가전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관건은 ‘플랜B’다. 황인범 없이도 작동하는 새로운 구조를 구축할 것인지, 기존 전술을 유지한 채 대체 자원으로 공백을 메울 것인지가 대표팀의 향후 방향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이 어떤 해법을 꺼내들지에 따라 ‘홍명보호’의 항로 역시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