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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소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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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뢰는 선박이 접근하면 폭발해 피해를 주는 ‘바다의 지뢰’다. 설치하기도 쉽고 대량생산도 용이하다. 가성비 갑(甲)인 비대칭 전력으로 ‘심연의 포식자’로 부른다. 6·25 당시 인천상륙작전으로 주력 부대가 괴멸된 북한은 한·미 연합군이 원산에 상륙하지 못하도록 그 앞바다에 소련에서 지원받은 기뢰 수천발을 살포했다. 상륙작전에 동원된 병력은 일주일 가까이 바다 위에서 발이 묶여야 했다.

이란이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 원유·액화천연가스(LNG)의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에 기뢰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기뢰 제거를 위해서는 소해(掃海) 헬기와 소해함이 필수다. 하단에 기뢰 처리용 장치를 매달아 끌고 다니면서 제거하는 헬기는 기동성이 뛰어나다. 함정이 접근 못 하는 낮은 수심에 설치된 기뢰 제거엔 소해 헬기가 제격이다. 기뢰가 반응하는 음향과 자성을 최소화한 특수 선체를 갖춘 소해함은 야간에도 작전활동을 할 수 있어 운용시간이 짧은 헬기의 단점을 보완한다.

미 제5함대가 그간 걸프 지역에서 운용해온 소해함 3척 중 2척을 약 6437㎞ 떨어진 말레이시아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제5함대 대변인은 “짧은 군수 지원 정박을 수행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나머지 1대는 인도 케랄라주 해안 인근에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미 군사 전문매체 더 워존은 미군이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피하기 위해 이동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에 군함을 파견하라고 거듭 압박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군이 주둔 중인 일본과 한국, 독일을 콕 집어 “우리는 이 모든 나라를 방어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기뢰 제거함이 있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글쎄, 우리는 관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국내에선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의 구축함 ‘대조영’함(4400t급)을 활용해 작전구역을 호르무즈까지 넓히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대조영함에는 소해 헬기가 없다. 우리 해군이 보유한 소해함 10여척은 원양작전에 활용하기엔 규모가 너무 작은 데다 속도도 느려 호르무즈해협까지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진퇴양난의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