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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관 상대 민원 80∼90%는 판결 불만… ‘묻지마 고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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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왜곡죄, 고발 폭증 도화선 되나

5년 동안 연평균 2600여건 제기
80%는 정당사유 없는 반복 민원
부당 소송 기준 모호 대응 한계
사실상 개인이 부담 떠안을 수도
판사들 “지원 기준 완화” 촉구

최근 5년간 사건 당사자가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법관을 상대로 제기한 민원이 한 해 평균 26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정당한 사유 없이 3회 이상 제기돼 공람 종결된 ‘반복 민원’이 2100여건에 달해 법왜곡죄 시행에 따른 형사 법관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2021∼2025년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접수된 법관 상대 진정·청원 현황에서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민원이 전체의 80∼90%를 차지했다. 2021년 접수된 진정·청원 총 3988건 중 87.5%에 해당하는 3490건이 ‘재판 결과 불만’이었다. 2022년엔 4302건 중 3319건(77.1%), 2023년엔 2699건 중 2502건(92.7%), 2024년엔 2526건 중 2268건(89.8%), 2025년엔 2060건 중 1731건(84.0%)이었다.

 

특히 지난해 재판 결과 불만에 대한 처리내역을 보면 공람 종결이 1179건으로 68%에 달하는 등 매년 그 비율이 80%를 넘나들고 있다. 행정처는 민원인이 동일한 내용의 민원을 정당한 사유 없이 3회 이상 반복해 제출한 경우엔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2회 이상 그 처리 결과를 통지하고, 이후에도 반복해 접수되는 경우 공람 종결 처리하고 있다. 법관에 대한 민원 대부분이 ‘재판 결과에 대한 불만’인 상황에서 법왜곡죄 도입이 판사 상대 고소·고발 증가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왜곡죄를 도입한 개정 형법은 ‘형사사건 재판에 관여한 법관,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지한 검사 또는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법령의 적용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 적용하거나, 적용돼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 및 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증거를 은닉·위조해 재판 또는 수사에 사용했을 경우 10년 이하 징역형과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왼쪽), 박영재 대법관. 사진공동취재단
조희대 대법원장(왼쪽), 박영재 대법관. 사진공동취재단

12일 법왜곡죄 시행 첫날부터 조희대 대법원장과 박영재 대법관이 고발된 데 이어 일선 법관도 사건 당사자로부터 고소당하며 법조계에선 법관들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 남발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반응이다.

 

대법원은 법관이 정당한 직무 수행과 관련해 수사를 받거나 소송을 당한 경우 ‘부당소송 등에 관한 지원 내규’에 따라 ‘부당소송 지원 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500만원 이하의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법왜곡죄가 도입되면서 내규만으로는 소송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현재 내규는 부당한 소송일 경우 지원이 가능한 구조인데, 실제 부당한 소송 제기인지 여부가 애매할 때가 있다”며 “지원 기준 자체를 ‘소송 대응’ 지원 제도 등으로 완화해야 한다”며 규정 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법관에 제기된 부당소송은 민사 손해배상 사건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법왜곡죄 사건은 수사를 거쳐야 하는 형사사건이란 점에서 법원 차원에서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법관이 악의적인 고소·고발에 경찰에 서면으로 의견서를 내거나 소환조사를 받지 않아도 사건이 조용히 종결 처리되도록 지원해 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법관이 피소·피고발 사실을 행정처에 알리면 변호인 선임을 도와주고, 그 변호인이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적절한 대응을 전담해 줘 법관은 고소·고발에 위축되지 않고 재판 업무를 원만하게 수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경찰 차원에서 사건 처리기준을 만들어 법관에 대한 악의적인 고소·고발은 신속히 종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행정처는 법왜곡죄에 대응해 ‘형사재판 보호지원 태스크포스(TF)’를 꾸린 상황이다. 제도 정비, 예산 확보 등을 통해 형사법관에 대한 지원책을 구체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