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중동 원유에 의존하는 만큼 기여하라는 요구에서 한 발 더 나가 이번엔 주한미군을 거론하며 그동안 ‘안보 우산’을 제공했으니 미국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서는 이란 전쟁을 이유로 이달 말로 다가온 미·중 회담의 한 달 연기를 중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일본에 4만5000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한국에도 4만5000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 독일에도 4만5000에서 5만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이 모든 나라를 방어하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가 ‘기뢰 제거함이 있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글쎄, 우리는 관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각국 미군 주둔 규모는 한국 2만8500명, 일본 5만명, 독일 3만5000명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보다 훨씬 부풀려 말한 것이다. 이들 나라에 많은 미군 병력이 배치돼 있는데 호위 작전 참여를 꺼리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자리에서는 특정국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은 채 “우리는 끔찍한 외부 위협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해줬지만, 그들은 (호르무즈해협 호위 참여에) 그리 열의가 없었다”며 “그 열의의 수준은 나에게 중요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은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에너지 안보 위기에 놓인 데다 주한미군의 대북 억지력에 도움을 받고 있는 터라 고민이 더 깊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이번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이나 관세 등 다른 카드를 내밀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인터뷰에서 “전투 병력을 파병하는 문제는 상당한 숙고가 (필요하다)”며 “한·미 관계뿐 아니라 국내 정치적 협의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두 가지를 다 고려해 심사숙고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예정됐던 중국 방문을 한 달 정도 연기하자고 중국 측에 요청했다. 이란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중국을 방문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정상회담 연기가 중국에 호르무즈해협 호위 작전 참여를 압박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층 복잡해지는 전황에 트럼프 대통령은 다급하게 다른 나라들에 손을 내밀고 있지만 호응은 미지근하다. 유럽연합(EU)과 독일은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현재 홍해에 국한된 EU 해군의 작전 지역을 호르무즈해협까지 확대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 일본 등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중국은 군함 파견에 부정적이다.
오히려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으로 이란의 안보수장 격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대립이 격화하고, 호르무즈해협 봉쇄도 강화될 여지가 더 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