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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 구조조정 앞두고 엇갈린 해법…전기화냐, 바이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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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업계, 탄소규제·공급과잉 ‘이중고’
NCC 전기화 필요성 커지지만
업계는 바이오 원료 활용에 무게
‘한국형 CCfD’ 도입 필요성도

본격적인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선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생존 전략으로 나프타분해시설(NCC)의 전기가열 전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경제성과 현장 적용 가능성을 감안할 때 NCC 전기화를 앞세우기보다 바이오 원료 활용과 재활용 기술 확산에 정책 지원의 무게를 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속적인 미세먼지 농도 상승에 겨울철 황사까지 겹친 가운데 18일 경기 안산 반월국가산업단지 굴뚝에서 희뿌연 연기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지속적인 미세먼지 농도 상승에 겨울철 황사까지 겹친 가운데 18일 경기 안산 반월국가산업단지 굴뚝에서 희뿌연 연기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석유화학 산업은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을 떠받쳐 온 핵심 기간산업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 등으로 프로필렌 공급 과잉이 심화됐고, 글로벌 탄소 규제도 본격화하면서 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탄소다(多)배출 업종인 석화업계에 2028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적용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르면 3년 내 우리나라 석유화학 핵심 자산에서 최대 37조3000억원 상당의 좌초자산이 발생할 수 있단 분석까지 나온 상황이다(본지 2월22일자 기사 참고).

 

◆ NCC 전기화, 석화업계 탈탄소 전환 핵심 부상

 

일각에선 석화업계가 ‘공정 전기화’를 중심으로 탈탄소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진수 플랜잇(PLANiT)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석유화학 지역위기 극복을 위한 탈탄소 전략 토론회’에서 “탄소 감축을 위한 NCC ‘전기화’와 ‘수소화’를 비교 검토해본 결과, 전기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전기로는 인프라가 추가적으로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핵심적 차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현재의 기술 발전 속도나 인프라 구축 여건을 감안하면 NCC 전기화는 2040년쯤에는 100% 전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수소화할 경우 2050년에야 100% 전환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10년의 지연이 발생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은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의 약 18.8%를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나프타분해시설은 석유화학 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공정이다. 이 공정의 탈탄소 전환 여부가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NCC를 대체할 기술로는 전기 가열 기술과 수소 기반 기술이 주로 거론된다.

 

김아영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NCC 전기화는 수소화보다 비용 측면에서 더 효과적인 대안으로 분석됐다”며 “정부가 2035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향후 석유화학 산업 전환 지원 정책의 우선순위에 NCC 전기화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 생산이 화석연료 기반에 머문다면 탄소 감축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재생에너지 확산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 사빅(SABIC) 등 주요 해외 기업들도 전기가열 방식의 NCC 기술 실증을 추진하며 산업 공정의 탈탄소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술 실증과 상용화 측면에서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독일 사례를 본떠 ‘한국형 탄소차액계약제도’(K-CCfD)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CCfD는 기업이 저탄소 기술에 투자한 뒤 탄소배출권 가격 하락 등으로 예상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정부가 그 차액 일부를 보전해주는 제도다. 기업이 수익 불확실성을 덜고 저탄소 설비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장치 중 하나다. 관련해 박 대표는 “탈탄소는 단순한 비용 부담이 아닌 산업 구조를 고도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정부와 기업의 공동 리스크 분담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석유화학 지역위기 극복을 위한 탈탄소 전략 토론회'가 열렸다. 기후솔루션 제공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석유화학 지역위기 극복을 위한 탈탄소 전략 토론회'가 열렸다. 기후솔루션 제공

◆ 석화업계 “전기료 비싸…바이오 원료 활용이 현실적 대안”

 

반면 실제 석화업계에서는 NCC 전기화의 경제성과 현장 적용 가능성이 모두 낮다고 보고 있다. 전기화가 이뤄질 경우 연소 방식 자체가 바뀌는 만큼, 기존에 구축된 설비와 운영 체계를 전반적으로 손봐야 하는 한계가 있어서다.

 

대신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바이오 원료 활용과 에탄 기반의 에탄크래커(ECC) 가동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지원도 NCC 전기화에만 집중하기보다 이들 방안에 보다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동하 HD현대케미칼 팀장은 “전기료가 과거 5년 전보다 두 배가 뛴 상황이다. 중국보다 130% 정도 비싼 수준이어서 과연 전기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기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 우리 업계가 원하는 만큼의 전기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대 NCC 전기화가 중장기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인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용희 LG화학 저탄소추진팀장도 “냉정하게 짚어봐야 할 현장의 기술적 현실이 있다”며 “NCC 전기화는 연소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초고온 환경에서 소재 내구성과 장기 운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고 그 작업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전기로 대체되는 부생가스의 에너지 효율적인 처리방안, NCC에서 발생하는 스팀으로 구동되는 압축 설비 및 냉각 설비의 효율적인 운전 방안 마련 등을 추가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팀장은 “반면 바이오 원료 활용 및 리사이클 제품은 상대적으로 기술 성숙도가 높고 일부 영역에서 기존 생산 설비를 즉각 활용할 수 있다”며 “기술 개발과 검증에 시간이 필요한 NCC 전기화를 기다리기보다 이미 사업화 단계에 접어든 리사이클링 기술을 조기에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NCC 전기화가 기술적 안착을 이루는 전까진 리사이클 제품에 대한 탄소 감축 실적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정부에서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