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심할수록 인공지능(AI)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조사 결과가 나왔다. 마음의 병을 앓을 때 일종의 ‘낙인효과’를 피해 익명성이 보장되고 접근이 쉬운 AI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향이 뚜렷해진다는 설명이다.
경기연구원이 17일 발간한 ‘AI를 활용한 정신건강 정책 현황 및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건강 상태가 취약할수록 AI를 이용하는 고민 상담 경험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말 서울·경기·인천의 수도권 거주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선 ‘정상’ 집단의 AI 상담 이용률이 27.0% 수준이었으나, ‘경도 우울’ 집단은 40.6%로 높았다. ‘중증 우울 이상’ 고위험군으로 확대하면 이용률은 53.3%에 달해 정상군보다 2배가량 높았다.
연구원 관계자는 “AI 기반 상담서비스가 정신건강 취약계층에 낮은 심리적 문턱을 제공하면서 실질적 지원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를 고민 상담용으로 사용한 경험을 묻는 말에는 응답자의 37.5%가 ‘있다’고 답했다. 고민 상담 목적의 AI 활용 만족도에 대해선 ‘매우 도움이 됨’(7.4%), ‘도움이 됨’(34.3%), ‘보통’(38.8%) 의견이 80%가 넘었다. ‘도움이 되지 않음’(13.2%)이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6.3%)은 소수에 그쳤다.
특히 이전 사용 여부를 떠나 ‘향후 AI로 고민 상담을 할 의향이 있다’는 의견은 77.1%에 달했다. 이들은 무료 혹은 저렴한 비용과 비대면 특성, 익명성 등 경제·심리적 이유를 들었다. 상담받을 때 우려되는 부분으로는 ‘비용 부담’(28.4%)과 ‘낙인 우려’(20.6%)를 1, 2위로 꼽았다.
AI 상담은 이러한 문턱을 낮추는 효과적 도구가 됐다. 비용만 놓고 보면 53.0%의 응답자가 ‘무료’인 경우에만 AI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으며, 95% 이상의 응답자는 ‘1만원 미만’의 사용료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반면 ‘AI로 상담할 의향이 없다’는 이유로는 신뢰, 투명성, 감정 공감 능력 부족이 주로 언급됐다. ‘인간적 공감 부족’(42.7%), ‘개인정보 감시 우려’(29.7%), ‘정확성·안전성 불신’(22.2%) 등의 순이었다.
‘정부·전문기관의 효과 및 안전성 인증이 있다면 사용할 의향이 있다’는 문항에는 3.29점(이하 5점 만점)의 높은 점수가 나왔다. AI 서비스의 최대 장점을 묻는 문항에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에 3.38점이 매겨졌다. 이를 토대로 보고서는 AI가 강력한 정책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선 10대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수치를 드러냈다. 15~19세 청소년 중 ‘중증 우울 이상’을 겪는 비율은 19.0%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외로움(14.0%)과 소외감(12.0%)을 느끼는 정도 역시 다른 세대보다 2~3배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근복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AI는 정신건강 서비스의 공백을 메우고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매우 강력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다만 AI가 인간의 따뜻한 관계와 사회적 지지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어 기술의 효율성과 사람 중심의 따뜻한 돌봄이 조화를 이루는 포용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