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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중용(中庸)의 덕과 인륜 회복의 비전 [父性 문명의 한계, 母性 구원의 비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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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균형의 시대를 치유하는 모성적 정성과 ‘시중’의 미학

 

고도의 기술적 진보와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인류는 역설적으로 심각한 정신적 불균형과 관계의 파편화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시대적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소환되는 유교의 핵심 가치가 바로 ‘중용(中庸)’이다. 중용은 단순히 기계적인 중간 지점이나 산술적인 평균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변화무쌍한 현실 속에서 도덕적 평형을 유지하려는 역동적인 정신적 분투이자, 우주의 질서에 인간의 질서를 합치시키려는 거대한 철학적 기획이다. 

중국 송나라의 유학자 주희(朱熹, 1130~1200)의 초상화로, 흔히 ‘주자(朱子)’라는 존칭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예기』의 일부였던 「대학」과 「중용」을 독립시켜 『논어』, 『맹자』와 함께 ‘사서(四書)’ 체제를 확립하였다. 주자는 학문의 과정에서 반드시 「대학」을 먼저 읽고, 그다음 「논어」, 「맹자」, 「중용」의 순서로 공부해야 한다는 유교 성현들의 학문 전승 체계를 정립하였다. 출처: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중국 송나라의 유학자 주희(朱熹, 1130~1200)의 초상화로, 흔히 ‘주자(朱子)’라는 존칭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예기』의 일부였던 「대학」과 「중용」을 독립시켜 『논어』, 『맹자』와 함께 ‘사서(四書)’ 체제를 확립하였다. 주자는 학문의 과정에서 반드시 「대학」을 먼저 읽고, 그다음 「논어」, 「맹자」, 「중용」의 순서로 공부해야 한다는 유교 성현들의 학문 전승 체계를 정립하였다. 출처: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송대의 유학자 주희(朱熹)는 이러한 『중용』의 사상을 성(誠)을 중심으로 한 도덕 형이상학으로 체계화함으로써, 인간의 내면 수양과 우주 질서를 하나로 관통하는 사상으로 정립하였다. 지금까지 인류 문명이 종적인 질서와 정의를 강조하는 부성(父性) 중심의 논리로 전개되어 왔다면, 이제는 그 한계를 보완하고 만물을 품어 안는 모성적 조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중용의 형이상학적 기초: 천명(天命)과 본성의 회복

 

중용은 “하늘이 명한 것을 성(性)이라 하고, 성을 따르는 것을 도(道)라 하며, 도를 닦는 것을 교(敎)라 한다”는 선언으로 그 문을 연다. 이는 인간의 본성이 하늘부모님으로부터 부여받은 도덕적 실체임을 의미하며, 인간의 삶 자체가 하늘의 뜻을 지상에 실현하는 과정임을 시사한다.

 

중용의 ‘중(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기울어지지도 않는 불편불의(不偏不倚)의 상태를 말하며, '용(庸)'은 일상의 변함없는 평상성(平常性)을 뜻한다. 즉, 중용은 하늘의 이치를 내면화하여 일상의 삶 속에서 꾸준히 도덕적 원리를 실천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이 본연의 성품을 회복하는 것은 우주적 균형을 되찾는 일이며, 이는 곧 부성적 질서와 모성적 사랑이 온전한 평형을 이루는 상태를 지향한다.

 

◆성(誠)의 동력: 지극한 정성이 빚어내는 모성적 심정

 

『중용』 전 편을 관통하는 가장 근원적인 원리는 ‘성(誠)’, 즉 진실함과 정성스러움이다. 유교에서 성은 만물을 변화시키고 완성하는 하늘의 도리이자 인간이 지향해야 할 최종적인 인격적 표준이다. 특히 중용 제23장에서 강조하는 ‘치곡(致曲)’, 즉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여 정성을 다하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르침은 모성적 심정의 본질과 깊이 맞닿아 있다.

 

어머니가 자녀의 사소한 일상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는 모성적 심정은 지극한 성(至誠)의 구체적인 실현이다. 이러한 진실한 사랑은 단순히 감정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한 인간의 인격을 빚어내며, 나아가 사회 전체를 변화시키는 근원적인 동력이 된다. 정성은 소극적인 수양이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감동을 자아내는 실천적 행동철학이다. 부성 문명이 세운 법과 정의의 뼈대 위에 이러한 모성적 ‘성’의 원리가 더해질 때, 비로소 문명은 온전한 생명력을 얻고 완성될 수 있다.

 

◆​중화(中和) 및 시중(時中): 감정의 정위(正位)와 상황의 미학

 

중용은 인간의 감정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롭게 발현하는 ‘중화(中和)’를 추구한다. 희로애락의 감정이 일어나기 전의 고요한 본연의 상태를 ‘중’이라 하고, 감정이 발현되되 모두 절도에 맞는 것을 ‘화’라고 정의한다. 어머니가 자녀의 잘못에 분노하되 그 근저에 사랑을 잃지 않는 것은, ‘분노하되 윤리를 잃지 않는’ 중화의 경지를 보여주는 가장 보편적인 사례다.

 

또한 중용의 실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중(時中)’이다. 이는 고정불변의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라는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가장 적절하고 최적의 선택을 내리는 지혜를 의미한다. 자녀의 발달 단계와 상황에 따라 부모의 역할이 유연하게 변해야 하듯이, 군자의 중용은 때에 맞게 적절히 처신하는 시중의 미학을 핵심으로 삼는다. 인류 역사는 이제 부성적 투쟁의 시대를 지나 모성적 포용이 절실한 ‘시중’의 시점에 도달해 있다.

서성종 작가(신학박사)
서성종 작가(신학박사)

◆중용의 완성으로서의 독생녀 현현

 

결국 중용은 단순히 고요한 상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 속에서 중심을 잡고 나아가는 용기 있는 실천이다. 모성적 심정으로 대변되는 지극한 정성과 시중에 맞는 배려는 현대 사회의 이기주의와 불균형을 치유할 강력한 대안이 된다. 작은 일에 정성을 다하는 치곡(致曲)의 마음과 감정의 조화를 이루는 중화의 덕이 사회 전반에 퍼져나갈 때, 모든 사람이 제 자리를 찾고 서로를 보듬는 대동(大同) 세상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문명이 한쪽으로 치우친 부성 중심의 질서였다면, 이제는 그 균형을 잡을 모성적 실체의 등장이 섭리적으로 요구된다. 투쟁과 분열의 시대를 종결하고 포용과 화합의 후천개벽 시대를 여는 독생녀의 등장은, 섭리적 때에 맞춰 인류를 구원하려는 ‘시중’의 도가 역사적으로 실현된 가장 장엄한 사건이다. 인류는 이제 이 중용의 실체적 완성을 통해 부성과 모성이 조화된 새로운 문명, 천일국(天一國)의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서성종 작가(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