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기준을 한 살 낮추면 ‘중학생 범죄’가 줄어들까.
오랫동안 평행선을 달려온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논의가 정부 주도 공론화장에 올랐다. “이제 중학생 범죄자도 감옥에 가야 한다”는 시민들 기대 속에 학계에선 ‘시기상조’라는 신중론과 ‘위하(힘으로 으르고 협박함) 효과’라는 엄벌론이 팽팽히 맞선다. 연령 조정이 상징적 입법이 아닌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보호처분과 엄벌을 병행하는 투 트랙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가 급물살을 탄 건 날로 심각해지는 소년 범죄 실태가 배경이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촉법소년은 2021년 1만1677명에서 지난해 2만1095명으로 2배 가까이 폭증했다. 특히 지난해 검거된 촉법소년의 절반가량인 49.7%는 촉법소년 경계에 있는 만 13세였다. 죄질도 흉포화하고 있다. 촉법소년이 저지른 강간, 추행 등의 성범죄도 2021년 398건에서 지난해 739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현행 소년법의 ‘온정주의’가 지능화된 촉법소년들에게 더 이상 억제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성평등가족부가 이날 개최한 ‘형사미성년자 제도 현황과 연령 논의’ 제1차 공개포럼에선 여러 논의가 이어졌다.
발제자인 김혁 부경대 교수는 사법 절차를 거치며 처벌 인원이 급감하는 구조를 들어 연령 하향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법무연수원 ‘범죄백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형사처벌 대상인 범죄소년(14~18세) 5만5000명 중 정식 재판에 넘겨진 인원은 8.8%(4863명)였다. 이들 중에서도 34.5%는 법원 단계에서 다시 소년부로 송치돼 보호처분을 받았다. 최종적으로 교도소행인 ‘정기형’을 선고받는 비율은 전체의 0.5% 미만이었다.
김 교수는 “책임연령을 하향하더라도 실제로는 실형 선고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해당 개정이 상징적 입법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며 “단순한 연령 하향보단 촉법소년에 대한 경찰 조사 절차를 명확히 규율하는 방향으로 소년법을 정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대안일 수 있다”고 했다.
처벌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자체로도 상당한 위하효과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법무법인 하민의 송종영 변호사는 “형벌의 위하력은 실제 처벌의 빈도뿐 아니라 처벌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통해서도 형성된다”며 “특정 연령대에 형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법 구속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인식될 수 있다”고 했다.
연령 하향의 실효성을 거두려면 범죄 유형과 정도에 따라 차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투트랙 시스템이 필수라는 시각도 있다.
정의롬 부산외대 교수는 “선언적·상징적 차원에서라도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3세로 낮춰 국민의 법 감정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며 “엄벌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형사처벌과 보호처분을 선택·결정할 수 있는 투트랙 시스템 내지 재량적 이송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