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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청년 노무현’ 이용하는 진보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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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개혁에 盧죽음 소환… 정치적 이익에 소모

‘청년의 죽음.’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년 뒤 발간 된 사후(死後)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그의 죽음을 그리 표현했다. 유시민은 말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꿈 많은 청년’이었다.”

이도형 정치부 차장
이도형 정치부 차장

동의한다. 노무현은 꿈이 많은 사람이었다. 1981년 부림사건으로 죄 없는 청년들이 고문당하자 일신의 영달을 뒤로하고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 전두환 앞에서 의원 명패를 내팽개쳤다. 김영삼 앞에서 3당합당 반대를 외쳤다. 그런 그의 꿈에 국민이 답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역사는 노무현 대통령 5년을 냉정히 기록한다. 노무현의 지지율은 임기 동안 30%도 넘기 힘들었다. 여당은 그를 따르지 않았다. 끝내 정권을 내줬다. 임기 동안 부동산 정책과 양극화 대응에서 뚜렷한 실책을 남겼다. 의지는 있지만 실현할 정치력이 모자랐다는 평이 대세다.

그의 공과(功過)를 짚자는 게 아니다. 그가 대통령 때도 꿈꾸는 사람이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는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 주한미군기지 평택 이전,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민연금 개정 등 지지율만 까먹는 결정들만 했다. 유시민이 말한 ‘청년’의 본질이 그 결정 속에 있다.

보수도 그의 꿈을 인정했다. 2015년 4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처음으로 양극화 해소를 시대 과제로 제시한 그분(노무현)의 통찰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2025년 22대 대선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는 자신과 ‘노무현’을 비교하는 마케팅을 펼쳤다.

검찰 수사 중 사망한 그는 유서에서 말했다.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청년 노무현’은 진영을 넘을 수 있었다. 남은 사람들이 그 뜻을 받들었다면, 노무현은 진영을 넘고 ‘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특히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후가 기회였다.

그럼에도 노무현은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보는 최근 가장 큰 정치적 갈등 사안인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이야기할 때마다 그를 찾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검찰개혁을 입에 올리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떠오른다”고 했다. 범여권 스피커 김어준씨는 ‘진보진영 시민 모두는 노무현의 유족’이라는 글을 인용했다.

노무현의 사위인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노무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행위라고 했다. “검찰개혁과 어르신(노무현)의 죽음을 등치시키는 분들은 어르신의 죽음을 이용해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누렸던 분이거나, 누리고 싶었던 분이거나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고 싶은 분입니다.” 그는 또 말했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그동안 많은 사람이 노 대통령의 죽음을 이용했습니다.”

검찰개혁이 옳다, 그르다를 말하는 게 아니다. 지금도 정치에 있는 ‘노무현’이 정녕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쓰였는지를 묻는 것이다. 특정 진영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그가 소모된 점을 짚는 것이다. 그동안 ‘청년’ 노무현은 화석이 되어버렸다. 움직일 수 없는 진영의 아이콘이 되어버렸다. 책임은 누가 지는가. ‘유족’ 운운하는 자들이 지는 건가.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라고 했던 그의 유서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