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재갈이 물려 여러 개의 총구 앞에 선 사형수. 수만 명이 그를 지켜보고 있다. 30번의 총성이 울렸다. 남한 미디어 콘텐츠를 몰래 봤다는 이유로 북한의 누군가가 맞아야 했던 비극적 결말이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61차 유엔인권이사회 계기로 국제앰네스티가 17일(현지시간) 폭로한 북한의 인권실태다. 국제앰네스티는 탈북민 25명을 심층 인터뷰 결과를 바탕으로 북한 당국이 남한 미디어를 시청하거나 유포한 주민과 학생을 수만 명이 참관하는 곳에서 공개 처형하며 ‘공포 정치’를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상 교육’을 이유로 학생들까지 사형 집행 현장에 강제로 동원하기도 한다. 중학생, 고등학생들에게 ‘남한 드라마를 보면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다. 한 탈북민은 중학생 때 두 번이나 사형 집행을 봤다고 증언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본 고등학생이 처형되는 장면을 친구들이 지켜봤던 사례도 언급됐다.
북한은 외부 정보 접근을 오랫동안 ‘범죄’로 간주해 왔다. 2020년 만든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남한 콘텐츠를 “인민의 혁명 의식을 마비시키고 사회를 타락시키는 썩어빠진 사상”이라고 규정한다. 시청을 할 경우 5∼15년의 강제 노동형, 유포 시 최대 사형까지 처할 수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법 집행의 불평등을 꼬집기도 했다. 재력이 있거나 노동당 내 연줄이 있는 경우에는 뇌물을 줘 경고만 받고 무마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실제로 남한 드라마를 세 번이나 보다가 적발됐지만, 공무원과 연줄이 있어 처벌을 면한 정황이 드러났다. 몇년 치 연봉을 주고 석방되는 사례도 있었다. 돈도 배경도 없는 주민들만 강제수용소에 구금되거나 사형되는 불평등 구조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표현의 자유’ 개선을 지키지 않는 행위다. 2019년, 2024년에는 정보접근권 보장 권고를 수용하기도 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사형과 공개 처형을 즉각 중단하고, 반동법 등 정보접근권을 침해하는 법률을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