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기소됐던 공범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거짓 증언을 했을 경우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는 타당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공범과 공동 피고인으로서 같은 재판을 받고 있다면 증인이 될 수 없으나, 소송절차가 분리돼 피고인의 지위에서 벗어나면 공범에 대한 증인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9일 모해위증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건설사 현장 책임자였던 A씨는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하면서 현장사진을 조작해 공사대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사기)로 2016년 업체 대표 B씨와 공범으로 함께 기소됐다.
A씨는 B씨와 변론이 분리된 뒤 B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B씨로부터 조작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A씨에게 징역 1년,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A씨는 B씨를 불리하게 할 목적으로 거짓 증언한 혐의(모해위증)로 별도로 기소됐다.
사건의 쟁점은 공범 관계에 있는 공동피고인들의 재판이 각각 변론 분리된 경우에도 위증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다.
기본적으로 피고인은 자신의 사건에서 방어권 행사를 위해 진술을 거부할 수 있으며 피고인으로서 한 진술은 위증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반면 증인은 법정에서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선서한 뒤 허위 증언을 하면 위증죄가 성립한다.
형사재판에서 변론 분리는 하나의 절차로 병합된 여러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각각 별개의 절차로 분리해 심하는 것을 말한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은 필요성이 인정되면 직권 또는 검사·피고인·변호인 신청에 따라 변론을 분리할 수 있다.
그동안 대법원은 변론이 분리된 피고인이 공범의 재판에 증인 자격으로 나와 거짓 증언을 했다면 위증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이날 대법원 전합도 이러한 판례를 유지했다.
대법원은 “재판절차에서 제3자를 의미하는 증인의 개념과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한 증인의 자격 등에 비추어 보면,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는 한 해당 사건의 당사자인 피고인을 제외한 제3자는 누구나 증인이 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공범인 공동피고인이라 하더라도 소송절차가 분리된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소송절차에서는 더 이상 피고인의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증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 적격을 인정할 현실적 필요성도 있다고 봤다. 마약, 보이스피싱(전기통신금융사기) 등 여러 사람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범죄에서 객관적 물증을 찾기 어려운 경우 공범의 진술에 의해 공소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하는 진술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에게 진실의무를 부과함과 동시에 이를 어길 때에는 위증의 벌을 받는다는 경고를 명확하게 하고, 선서한 후 다른 공동피고인의 반대신문을 받으면서 진술하게 하는 증인신문 방식이 피고인신문 방식보다 더 적합하다”고 밝혔다.
반면 오경미 대법관은 판례 변경이 필요하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오 대법관은 “변론 분리가 일시적으로 이뤄진 경우에는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삿리에 관해 증인으로 진술하더라도 해당 피고인이 ‘자신의 범죄혐의 사실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진술을 한 부분’에 관해서는 피고인의 지위를 실질적으로 유지한다고 봐야 하므로 증인적격을 인정할 수 없고 허위진술을 했더라도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진술거부권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의해 피고인에게 부여된 본질적인 권리이므로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국가적 이익이나 소송경제와 신속한 재판 등을 위한 소송실무의 편의를 내세워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의 보호가치를 양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오 대법관은 “소송절차가 일시적으로 분리된 상태에서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증인으로 채택돼 신문을 받았더라도, 피고인은 적어도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지위를 실질적으로 유지한다”며 피고인으로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