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성백유의스포츠속이야기] 기가 막힌 한국야구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지난주는 야구로 인해 많이 우울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개막돼 큰 기대 속에 TV채널을 고정했지만, 한국대표팀의 답답하고 안타까운 경기 내용에 결국 채널을 돌렸다. 득실 차를 따져가며 가까스로 8강에 진출하고도 도미니카공화국에 7회 콜드게임패를 당했으니 기가 막혔다.

 

5경기 피홈런 10개, 볼넷 22개. 2026 WBC에서 한국 야구대표팀 투수진이 남긴 성적표다. 과거 올림픽과 초기 WBC 대회에서 보여준 ‘짠물 투구’는 온데간데없다. 2006년 1회 대회 4강에 오르며 평균자책점 1위(2.00)였고, 2009년 준우승 당시 4위(3.00)를 기록했던 영광은 먼 과거의 일이 되었다. 박찬호처럼 상대 타자를 윽박지르는 한국 투수는 더더욱 없었다.

 

이러한 투수 몰락의 원인은 KBO 리그의 구조적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1998년부터 시작된 외국인 선수 제도는 현재 팀당 4명으로 늘어났다. 대부분의 구단이 1·2선발을 외국인 투수에게 맡긴다. 올해 처음 도입된 아시아 쿼터 선수 10명 중 9명이 투수라는 점은 KBO 리그의 투수 기근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외국인 투수들이 마운드의 주도권을 쥐다 보니 국내 선발투수 중 타자를 압도할 구위를 갖춘 자원은 곽빈, 문동주 정도에 불과하다. 대다수 투수가 시속 150km에 미치지 못하는 공으로 대결하다 실투 하나에 장타를 허용하는 패턴이 반복된다.

 

류지현 감독의 마운드 운영도 가용 자원의 한계로 인해 불안했다. 불혹을 앞둔 류현진이 선발 중책을 맡았고, 43세의 노경은이 불펜의 중심이었다. 특히 선발진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1라운드 4경기 중 선발이 3이닝 이상을 책임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다른 팀 선발투수 최고 구속은 기본적으로 시속 155km를 넘었고 160km를 넘는 투수도 많았다. 한국처럼 기교파 중심의 팀은 호주와 체코 정도. 최근 KBO리그에서 빠른 공을 던지는 유망주들이 등장했지만, 구단들은 당장의 승리를 위해 마무리나 중간 계투로 소모하는 경향이 짙다. 또한 7년을 뛰어야 해외 진출이 가능한 경직된 제도 역시 유망주의 동기부여와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돌파하며 KBO리그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겉만 화려한 인기 뒤에 숨은 ‘투수력 약화’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국 야구의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다. 역대 총재 중 가장 야구를 잘 아는 허구연 총재는 과연 어떻게 젊고 강한 ‘영건’ 선발투수를 육성할까? WBC가 남긴 숙제다.

 

성백유 대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전 언론중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