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가 지난 5년 간 20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성공적으로 데뷔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 받은 결과로 분석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약 20% 지분을 갖고 있는 비상장 회사로, 정 회장의 그룹 승계를 좌우할 핵심 카드로 꼽힌다. 향후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기업가치 100조원 이상을 평가받으며 상장에 성공할 경우 정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한층 공고해질 전망이다.
20일 현대글로비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보스턴다이내믹스에 891억2615만원을 추가 출자했다. 이에 따라 지분율은 기존 10.95%에서 11.25%로 상승했다.
약 891억원을 투입해 지분이 0.3%포인트 늘어난 것을 감안해 단순 계산하면 지분 100%의 값은 약 30조원으로 추산된다. 2021년 6월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서 기업가치를 11억달러(약 1조2482억원)로 평가했던 것보다 약 24배 증가한 규모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8억8000만 달러를 투자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확보했다. 정 회장(20%)과 현대차(30%), 현대모비스(20%), 현대글로비스(10%)가 지분 인수에 참여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아직 수익 모델이 없지만 시장은 이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래 산업의 핵심인 ‘로봇’과 ‘인공지능(AI)’이 주력 사업인 만큼 단순 제조업보다 기업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CES 2026에서 전 세계의 눈길을 사로잡은 아틀라스 영상이 추가 공개될 때마다 현대차그룹 주가가 상승할 만큼 시장의 기대감이 크다.
그룹 차원의 로보틱스 확대 의지도 엿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AI 로보티스 전략을 제시하면서 2028년부터 아틀라스를 미국 조지아주 공장 HMGMA에 투입하고 2030년부터는 부품 조립으로 작업 범위를 확대하는 등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했다. 아틀라스 개발을 이끈 잭 재코우스키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술 총괄은 다음 달 9일 기아의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아틀라스 양산 시점과 상용화 전략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 예상되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핵심 이벤트로 평가된다. KB증권은 2035년 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128조원으로 내다봤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정 회장의 현대차그룹 지배를 공고히 할 전략적 자산으로도 꼽힌다. 현대차그룹 지분 구조를 단순화 하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 등의 순으로 연결돼 있다. 모비스 지분을 확보해야 그룹 전체 지배가 안정화되는 구조다. 현재 정 회장의 모비스 지분은 0.33%로 현대차와 정몽구 명예회장 등의 모비스 지분을 합해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더욱 안정적인 경영권 구축을 위해 정 회장의 모비스 지분을 15∼20%까지 올리려면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이 필요하다. 이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창구가 정 회장 지분이 20%에 이르는 보스턴다이내믹스로, 증권가 전망처럼 향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가 100조원에 이를 경우 정 회장은 지분 정리를 통해 최대 20조원까지 현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보스턴다이내믹스는 올해 상반기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 청구와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하고 하반기 공모 절차를 진행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