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안에 이재명 대통령이 화답하면서 ‘단계적 개헌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4당에 이어 개혁신당까지 개헌안 발의에 공개 찬성 입장을 밝히며 개헌 논의가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다만 국민의힘은 “선거용 졸속 개헌”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실제 헌법 개정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개헌 성사를 위해선 국민의힘의 동참이 필수적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개혁신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각 당 원내대표들은 19일 우 의장 주재로 열린 ‘초당적 개헌 추진을 위한 제정당 연석회의’에 참석해 △계엄 선포 후 48시간 이내 국회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자동 무효화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 정신 헌법전문 수록 △지역균형 국가책임 명시 등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원내 정당 중에선 국민의힘만 유일하게 불참했다.
이번 개헌 의제는 우 의장이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제안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 대통령이 부마민주항쟁 정신의 헌법 수록을 추가로 제안하면서 구체화됐다. 우 의장은 회의에 앞서 “국회가 결단하지 않으면 개헌은 또 미뤄진다”며 “한 줄이라도 바꾸는 것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대통령도 말씀하셨고, 국회의장님께서 확고한 결단이 확인된 만큼 민주당은 책임 있는 수권 여당으로서 개헌의 결실을 맺기 위해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보수 성향의 개혁신당까지 개헌 추진 의지를 밝히며 국민의힘의 참여를 압박했다. 천하람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더 적극적으로 계엄요건 엄격화를 주장해 다시는 헌정사에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이 제시한 개헌안 발의 시한은 4월7일이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개헌안을 공고한 뒤 20일이 지나야 하며,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해야 한다. 이후 30일 이내 국민투표에 부쳐야 하는 만큼, 내달 7일은 관련 절차를 역산한 사실상의 ‘데드라인’이다. 정당들은 이달 30일 2차 회의를 열어 개헌안 발의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국민의힘 참여 없이 개헌안이 발의되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재적의원 295명 기준으로 의결 정족수는 197명이다. 민주당과 진보 4당 등 범여권에 개혁신당 의석을 더해도 188명에 그친다. 여기에 민주당 탈당 후 무소속인 강선우 의원이 구속 상태로 표결에 불참하는 점까지 감안하면, 국민의힘에서 최소 10표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개헌 논의 자체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현재 의석 구조상 개헌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어려운 데다 5·18 정신 수록과 계엄요건 강화 등 여권이 제시한 화두들이 지방선거 정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개헌을 부분·상시적으로 선거에 맞춰 이벤트로 계속하게 된다면, 앞으로 모든 선거는 개헌 이슈에 묻히고 정략적으로 개헌이 이뤄질 개연성이 매우 크다”며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면 지방선거 이후에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차분히 추진하는 게 정도”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개헌론이 급속히 탄력을 받을 경우 국민의힘이 태도 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개헌안 찬반 투표가 기명으로 진행되는 만큼, 쟁점이 적은 개헌 의제들에 찬성 여론이 커질수록 반대 입장을 유지하기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내 이탈표가 현실화될 경우 개헌 저지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막판에 협상 테이블에 나설 여지도 거론된다.
한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선거구 획정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법안을 상정하고 본격 심사에 돌입했다. 선거구 획정은 선거 180일 전까지 확정돼야 하지만 이미 시한을 넘겼다. 특위는 진보 4당이 요구하는 △3∼5인 중대선거구제 확대 △비례대표 정수 확대 △통합특별시의회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과 관련한 법안들도 상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