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거주하는 초등학생의 학부모 A씨는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자녀가 휴대전화 등 스마트 기기로 공부하는 비중이 늘다보니 뺏을 수도 없고, 그냥 두자니 영상 시청에 할애하는 시간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국어 교사 B씨도 “애들이 갈수록 영상에 익숙해져 ‘읽는 행위’ 자체를 견디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청소년들의 ‘숏폼(Short-form)’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고등학생 10명 중 3명이 10분 이상의 독서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짧고 강렬한 자극에 뇌가 길들여지면서, 청소년들의 문해력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습관적 접속에 통제 불능… 일상화된 ‘숏폼 중독’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진학사가 최근 고등학생 3525명 대상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0.6%가 “긴 글을 10분 이상 집중해서 읽는 것이 힘들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그렇다’ 22.2%, ‘매우 그렇다’ 8.4%였다. 반면 ‘아니다’(26.0%)와 ‘전혀 아니다’(15.0%)는 41.0%였다.
이러한 집중력 저하의 원인으로는 ‘숏폼 중독’이 꼽힌다. 응답자의 57.9%가 특별한 목적 없이 습관적으로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 등에 접속한다고 답했다.
특히 시청 시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원할 때 멈출 수 있다’는 응답은 20.1%에 불과했다. 나머지 78.4%는 알고리즘에 이끌려 본인의 의도보다 더 오래 영상을 시청하는 ‘통제 불능’ 상태를 경험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대체로 가능하지만 가끔 길어진다’(51.6%), ‘멈추고 싶어도 자주 길어진다’(20.1%). ‘통제가 어렵다’(6.8%) 순으로 나타났다.
◆“뇌가 짧은 자극에만 반응”... 학습 공백 심화
전문가들은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미디어 환경이 학생들의 자기통제력과 문해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인지 능력이 발달하는 시기에 강한 자극에만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고도의 사고력을 요구하는 학습 과정에서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수능 국어·영역 영역처럼 긴 지문에서 핵심 정보를 도출해야 하는 시험에서 이러한 현상은 치명적이다. 단순히 단어의 뜻을 모르는 것을 넘어, 문장 간의 맥락을 파악하고 논리적 구조를 이해하는 ‘긴 호흡의 독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무너진 학습 집중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수능과 내신 모두 긴 텍스트에서 정보를 파악하는 능력이 성적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며 “공부 시간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물리적으로 멀리하고, 의도적으로 교과서나 신문 기사 등 긴 글을 끝까지 읽어내는 훈련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