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축구협회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참가 의사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중동 정세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국제무대 복귀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20일(한국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메흐디 타지 이란축구협회장은 이란 통신사 파르스와 인터뷰 영상을 통해 “우리는 월드컵을 준비할 것”이라며 “미국을 보이콧하는 것이지 월드컵을 보이콧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이후, 타지 회장은 “더 이상 월드컵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불참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발언으로 기존 입장을 사실상 뒤집은 셈이다. 정치·군사적 충격 속에서도 스포츠 외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은 월드컵에서 환영받지만, 나는 그들이 거기에 있는 것이 그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혀 이란의 불참을 부추기는 듯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타지 회장은 17일 멕시코 주재 이란 대사관의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대표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이상, 우리는 미국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의 월드컵 경기를 멕시코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국제축구연맹(FIFA)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월드컵 참가 의지를 재확인했다. ‘대회 불참’이 아닌 ‘개최지 변경’이라는 우회 전략을 택한 것이다.
6월 개막하는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G조에 속한 이란은 현지시간 6월 15일 잉글우드에서 뉴질랜드와 1차전을 치르고, 21일 같은 장소에서 벨기에와 2차전을 벌인다. 이어 26일 시애틀에서 이집트와 조별리그 최종전에 나설 예정이다. 조별리그 세 경기를 모두 미국에서 벌이는 셈이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이란은 사실상 ‘미국 땅’을 밟지 않고는 대회를 치를 수 없는 구조다.
이란은 FIFA에 미국 대신 멕시코에서 경기를 치르는 방안을 제시했고,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FIFA가 동의한다면 이란의 경기가 멕시코에서 열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힘을 보탰다.
하지만 FIFA는 “모든 참가국이 2025년 12월 6일 발표된 경기 일정에 따라 경기를 치르기를 기대한다”고 밝혀, 개최지 변경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회 운영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고려할 때 특정 국가에 대한 예외 적용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설령 FIFA가 이란의 요구를 수용하더라도, 조별리그 이후 토너먼트 단계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란과 미국이 각각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할 경우, 두 팀은 7월 3일 AT&T 스타디움에서 맞붙게 된다.
결국 경기 장소 변경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란축구협회는 ‘보이콧 대상은 미국이지, 월드컵 자체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대회 참가 의지를 재확인했다.
월드컵을 둘러싼 정치와 스포츠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는 가운데, 이란의 선택이 향후 대회 운영과 국제 스포츠 외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