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2영업일(T+2)로 설정된 국내 주식시장의 결제주기를 비판하며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말이다. 박 부위원장은 일부 증권사가 결제 대금을 미리 지급하는 대신 투자자가 그만큼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서비스를 두고는 “내 돈 두고 쌩돈 빌려서 이자까지 물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부위원장은 최근 결제주기 개편 논의를 촉발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박 부위원장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면서 결제주기 단축 화두를 꺼냈다. 이날 간담회를 위해 금융당국이 준비한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에 담기지 않았던 논의 주제였다.
◆글로벌 추세는 ‘T+1’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행 T+2 결제주기에서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도 그 돈을 당장 출금할 수 없고 2영업일 후 대금이 들어온다. 주식을 살 때도 증거금만 먼저 납부한 뒤 2거래일 후까지 대금을 납부하면 정상적으로 주식을 취득(미수거래)할 수 있다.
매매와 결제 간 시차는 거래 안정성 확보와 리스크 관리를 위한 장치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증권사, 거래소, 예탁결제원 등이 개입하는데 누가 얼마를 거래했는지, 거래 당사자 간 합의대로 거래가 체결됐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대규모 거래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모든 거래를 개별적으로 즉시 결제하지 않고 집계·정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 결제주기 단축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도 결제주기 단축을 수차례 논의해왔다. 현재 T+1 결제주기를 도입한 나라는 미국과 캐나다, 인도 등이다. 유럽은 내년 10월부터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 결제주기가 단축되면 투자자 입장에서 자금과 증권을 더 빨리 받아서 가격 변동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또 결제 불이행 리스크가 완화되고, 증거금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유럽 보조 맞출 것” vs “선제 도입”
당국은 유럽 시장에 맞춰 결제주기 단축을 준비 중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18일 청와대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에게 “유럽과 같이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 T+1일로의 결제주기 단축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나중에 블록체인 기술에 의한 거래가 이뤄지면 청산결제 과정이 없어질 것이고, 즉시 지급이 이뤄지는 과정으로 최종 변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럽 시장보다 앞서 제도 개편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 위원장은 정 이사장이 밝힌 계획을 두고 “왜 유럽과 보조를 맞춰야 하느냐. 오히려 우리 자본시장의 결제주기를 단축 변경해서 유럽 투자자들을 한국 증시로 끌고 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미국도 인도도 하는 걸 왜 대한민국은 유럽에 맞춰 1년6개월 뒤에야 하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외국인 불편·전산 교체 비용” 신중론도
결제주기 단축을 두고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통상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수할 때는 매매가 체결된 뒤 원화로 필요한 결제 대금이 확정돼야 환전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이후 매매 확인과 결제 지시 등 일련의 절차가 시차를 두고 이뤄지는 구조다. 만약 결제주기가 지금보다 앞당겨질 경우, 한국과 시차가 존재하는 해외 중간결제 부서의 업무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당장 전산 시스템 교체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중소형 증권사와 기관투자자의 반발도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