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를 압박해 경기 하방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정부의 진단이 나왔다. 정부가 경기 하방위험을 언급한 건 8개월 만이다. 다만, 최근 우리경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증가 영향으로 경기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 다섯달 연속 경기회복 진단
재정경제부는 20일 ‘최근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최근 우리경제는 소비 등 내수 개선,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 등으로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재경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다섯달째 경기회복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 지표를 보면 지난 1월 소매판매는 내구재, 준내구재, 비내구재 모두 판매가 늘어 전월 대비 2.3% 증가했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112.1)는 전월보다 1.3포인트(p) 올랐다.
수출 증가세는 지속되고 있다. 2월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28.7% 늘었고,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49% 증가했다. 컴퓨터(222%), 반도체(161%), 선박(41%) 등이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2월 고용은 취업자 수 증가폭이 확대됐고, 물가는 전월과 동일한 상승폭 기록했다. 2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3만4000명 증가해 전월(10만8000명)보다 증가폭을 키웠다.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 올라 전월과 동일한 상승폭을 유지했다. 석유류 물가는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전년과 비교해 2.4% 하락했다.
◆중동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8개월 만에 ‘하방위험’
최근 발표된 주요 경제지표는 이달부터 본격화된 중동 사태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재경부는 우리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중동상황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물가 상승, 민생 부담 증가 및 경기 하방위험 증대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방위험을 언급한 건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원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경제는 국제유가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다. 중동 원유 의존도는 69.1%다. 중동사태 이후 급격한 국제유가 상승은 석유류 가격을 통해 소비자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공산품 같은 분야는 2~3개월 시차를 두고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19일(현지시간) 5월 인도분 기준 배럴당 108.65달러로 전장보다 1.2%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119.13달러까지 올랐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동사태가 3개월 이상 길어질 경우 제조업 생산비는 최대 11.8%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사태 장기화로 고유가가 유지되면 우리경제 성장도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조성중 재경부 경제분석과장은 중동사태가 경제성장률에 미칠 영향에 대해 “얼마나 길어지고 심화할지 예단하기 어려워 수치가 어떻게 변할지 언급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댄 카츠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와 면담을 갖고 최근 중동상황이 세계경제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면담에서 최근 대외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진 상황이라고 언급하면서 “추경 편성을 비롯해 재정·금융·산업 등 모든 가용한 정책수단을 동원해 우리 경제와 민생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경부는 그린북에서 “글로벌 경제는 중동상황, 주요국 관세 부과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 등으로 국제금융시장 및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교역·성장 둔화가 우려된다”며 “중동상황 영향 최소화를 위해 민생안정·경제회복을 위한 추경을 신속히 편성하고,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중심으로 각 부문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이상징후 발생시 신속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