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대미 투자 보따리를 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환심을 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대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이 더 나서주길 기대한다”고 압박했지만, 사나에 총리는 “이란의 핵 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군함 파견에 대해서는 법적 한계를 이유로 확답을 피했다. 국제분쟁해결수단으로 무력사용을 포기한 ‘평화헌법’체제에서 군함이나 자위대파병에 제약이 있다는 점을 설득했다고 한다. 트럼프의 체면을 살려주면서도 군사지원에는 선을 그은 영리한 외교로 평가할만 한다.
동시에 일본은 이날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캐나다와 함께 이란의 호르무즈해협폐쇄를 강력히 규탄하는 공동성명도 냈다. 7개국은 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는 모든 국가의 이익”이라며 이란에 국제법 존중을 촉구했다. 트럼프가 지난 14일 한·중·일 등 5개국에 군함 파견을 요청한 데 대한 외교적 화답 성격이 짙다. 한국도 규탄 성명 참여를 요청받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동참하지 않았다. 성명 발표 뒤에야 외교부는 “관련 상황은 잘 인지하고 있다”며 “(참여를) 검토해 나가고자 한다”고 했는데 이런 뒷북이 또 없다. 보편적인 국제규범인 ‘항행의 자유’는 우리가 앞장서 촉구해야 할 원칙이다.
일본은 미·일정상회담에 맞춰 730억달러의 대미투자를 약속했다. 지난달 1차 투자규모인 360억달러의 두배가 웃돈다. 양국이 합의한 투자분야는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천연가스발전시설, 데이터 센터용 배터리 등이 포함됐는데 미국의 인공지능(AI) 및 에너지 인프라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1차 투자 사업도 천연가스발전소와 원유수출항구, 산업용 인공다이아몬드 생산 등 전략적 가치가 크다.
한국은 대미투자에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국회는 작년 10월 말 한·미정상 간 관세합의 이후 4개월여가 흐른 뒤에야 3500억달러 대미투자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전담기구인 한미전략투자공사는 6월에나 출범한다. 현재 대미협상실무단이 미 워싱턴으로 날아가 투자이행방안을 협의하고 있지만 아직 아무 성과가 없다. 정부는 전략적 투자분야로 조선, 반도체, 의약품, 핵심 광물, 에너지, AI·양자컴퓨팅 등을 꼽고 있는데 투자협의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 기왕에 할 투자라면 가급적 빨리 알짜사업을 선점하는 게 낫다. ‘상업성 합리성’을 따져야겠지만 실기해서는 곤란하다.
대미투자를 지렛대 삼아 국익을 방어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미 정부는 새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 조사에 나섰는데 그 수위와 강도를 낮춰야 한다. 한·미통화스와프 체결도 미측에 강력히 요청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환율불안이 오래가면 대미투자도 어려워지는 만큼 미국도 마냥 외면하기는 힘들 것이다. 트럼프의 군함 파견 요청으로 우리는 동맹과 국익 사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일본과 같은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