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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커피 ‘폼’ 내는 스타벅스와 빽다방…‘아메리치노’는 어떤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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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 ‘에어로카노’ vs 빽다방 ‘에어폼’ 격돌
‘원조’ 엔제리너스 아메리치노의 뜻밖 소환
‘질감’ 경쟁…“제대로 즐기려면 빨대 버려라”

대한민국의 커피 소비 지형이 거대한 질적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원두 산지나 로스팅 강도 등 미각에만 집중됐던 커피 시장의 경쟁 축이 이제는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과 목넘김의 영역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모양새다.

 

스타벅스 코리아와 더본코리아의 빽다방이 잇따라 ‘공기 주입(Airating·에어레이팅)’을 활용한 미세 거품 아메리카노를 선보이며 이른바 ‘에어(Air) 커피’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스타벅스가 지난달 26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에어로카노’를 정식 출시하며 포문을 열자, 빽다방이 지난 19일 ‘에어폼 아메리카노’로 즉각 응수하며 화력을 더했다.

 

이 뜨거운 ‘폼(Foam)’ 전쟁을 지켜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 곳이 있다. 바로 10여년 전 이미 ‘거품 커피’의 시대를 열었던 엔제리너스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스타벅스 에어로카노를 보니 엔제리너스 아메리치노가 생각난다’거나 ‘원조는 아메리치노 아니냐’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엔제리너스의 커피 메뉴 중 하나인 ‘아메리치노 크러쉬’. 김동환 기자
엔제리너스의 커피 메뉴 중 하나인 ‘아메리치노 크러쉬’. 김동환 기자

 

엔제리너스의 ‘아메리치노’는 2015년 출시 당시 ‘맥주 커피’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용 잔에 가득 담긴 풍성한 거품과 부드러운 목넘김은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엔제리너스 관계자는 “테이크아웃 잔이 너무 예뻐서 집으로 가져가 맥주 컵으로 쓴다는 후일담이 들릴 정도로 심미적인 만족도가 높았던 메뉴”라고 회상했다.

 

스타벅스와 빽다방이 내세운 신메뉴들도 결국 이 ‘심미성’과 ‘경험’이라는 키워드에서 궤를 같이한다. 스타벅스는 정교한 공기 주입으로 벨벳 같은 폼을 형성해 폭포가 흘러내리는 듯한 ‘캐스케이딩’ 비주얼을 강조했다. 빽다방은 거품층이 커피 향을 더 풍부하게 전달하고 색다른 마시는 재미를 준다는 점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시선을 끈다.

 

엔제리너스 관계자는 “여러 브랜드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런 메뉴를 선택한 것은 정말 우연인 것 같다”면서도 “소비자들이 커피 원두의 맛을 구분하는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찾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기존의 고정된 메뉴에서 벗어나 에스프레소에 변화를 주는 시도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지난달 26일 출시한 ‘에어로카노’(왼쪽)와 빽다방이 지난 19일 출시를 알린 ‘에어폼 아메리카노’. 스타벅스 코리아·빽다방 제공
스타벅스 코리아가 지난달 26일 출시한 ‘에어로카노’(왼쪽)와 빽다방이 지난 19일 출시를 알린 ‘에어폼 아메리카노’. 스타벅스 코리아·빽다방 제공

 

구체적인 공법은 브랜드마다 조금씩 다르다. 지금도 판매 중인 엔제리너스의 아메리치노가 에스프레소를 얼음과 블랜딩해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라면, 스타벅스와 빽다방은 스팀이나 공기 주입 장비를 활용한다. 하지만 대중이 느끼는 핵심 가치는 같다. 아메리카노를 카푸치노처럼 부드럽게 즐기는 경험 자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한국 커피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증거로 보고 있다. 단순히 시원하거나 따뜻한 커피 섭취의 단계를 넘어 음료의 구조적 완성도와 시각적 즐거움을 동시에 따지는 미식의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한 커피 업계 관계자는 “이제 원두의 질은 기본이고 커피의 질감이 곧 경쟁력인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에어 커피’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도 나름 흥미로운 대목이다. 엔제리너스 관계자는 “이런 메뉴들은 원래 거품을 먼저 맛보고 밑에 추출된 에스프레소를 천천히 음미하도록 설계됐다”고 귀띔했다. 다만,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빨대 사용 습관 때문에 그 차이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아쉬움을 남긴다는 전언이다.

 

이러한 커피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과감히 빨대를 내려놓으라는 조언이 있다. 잔을 그대로 들고 마셔야 거품과 커피가 입안에 차례로 들어오며 설계된 맛의 층위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혹시라도 ‘그냥 아메리카노 먹을 걸 그랬다’는 실망감이 든다면, 마시는 순서를 바꿔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