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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하객입니다”… 청첩장이 통행증 된 광화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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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보안 구역’ 된 광화문 일대

인근 예식장 하객들 청첩장 제시
금속탐지기·소지품 검사 후 식장 입장

“우리 딸 결혼 축하하려 BTS가 공연”
긴장된 분위기 속 재치 있는 축사도

글로벌 아티스트 방탄소년단(BTS)의 화려한 컴백 무대 뒤편, 서울 광화문 일대는 거대한 ‘보안 구역’으로 변했다.

 

21일 오전, 인근 예식장을 찾은 하객들은 평생 겪어보지 못한 삼엄한 통제 속에 ‘청첩장’을 신분증처럼 제시하며 식장에 입장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이 열리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역 인근에서 공연장 주변 결혼식 하객들이 경찰 기동대 버스를 이용해 이동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을지로3가역~한국프레스센터 구간에 기동대 버스를 투입해 하객 이동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그룹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이 열리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역 인근에서 공연장 주변 결혼식 하객들이 경찰 기동대 버스를 이용해 이동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을지로3가역~한국프레스센터 구간에 기동대 버스를 투입해 하객 이동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 “따릉이도 멈췄다”... 500m 이동에 30분 소요

 

이날 오전 11시쯤 광화문 일대 예식장을 찾은 황수정(28)씨는 지인의 결혼식에 20분 넘게 늦었다. 평소라면 도보 30분 거리였지만, BTS 공연 준비로 주요 통행로가 폐쇄되면서 골목을 수차례 우회해야 했다. 황씨는 “자전거(따릉이)를 타면 10분이면 올 거리인데, 자전거 통행까지 막힐 줄은 몰랐다”며 당혹감을 표했다.

 

지하철역 바로 앞 식장 상황도 비슷했다. 오전 10시쯤 광화문역에 도착한 최영윤(59)씨는 목적지까지 불과 500m를 남겨두고 30분을 헤맸다. 최씨는 “지하철 출구부터 골목까지 안내 요원들이 막아서서 이 길 저 길 뱅뱅 돌아왔다”며 “안전 관리는 이해하지만 하객 입장에서는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BTS) 광화문 컴백 공연이 펼쳐지는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이 이동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방탄소년단(BTS) 광화문 컴백 공연이 펼쳐지는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이 이동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 문형 금속탐지기 등장... ‘모바일 청첩장’ 없으면 입장 불가

 

가장 엄격한 통제가 이뤄진 구역은 한국프레스센터 인근이었다. 이곳 하객들은 식장 진입을 위해 공항 수준의 보안 검색을 거쳐야 했다. 문형 금속탐지기(MD)를 통과하고 소지품 검사까지 마친 뒤에야 식장 건물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특히 ‘신분 확인’ 절차가 엄격했다. 하객 이모(34)씨는 “모바일 청첩장을 보여주지 않으면 통과시켜주지 않아 입구에서 지인에게 급히 연락해 청첩장을 전송받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1.4km를 걸어와 검문까지 마친 이씨는 “번거로운 건 사실”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제미나이가 생성한 AI인포그래픽.
제미나이가 생성한 AI인포그래픽.

 

◆ “BTS가 축하해주는 결혼식?”... 엇갈린 반응

 

경복궁역 인근의 한 예식장에서는 긴장된 분위기를 녹이는 농담이 오가기도 했다. 축사를 맡은 신부 아버지는 “오늘 우리 딸 결혼을 축하하려고 BTS가 공연을 온다더라”고 말해 하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다만 “오후 2시부터 통제가 더 심해진다고 하니 서둘러 귀가하시라”며 현실적인 당부도 잊지 않았다.

 

구로구에서 온 하객 이모(36)씨는 “올 때는 도로 통제 덕분에 오히려 차가 막히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공연이 시작되는 오후 시간대 귀갓길이 벌써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광화문 통제 사태는 대규모 문화 행사가 도심 한복판에서 열릴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과제를 던졌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아티스트의 공연이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만큼이나, 일상을 영위하는 시민과 소상공인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정교한 행정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