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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파밸리 ‘햇살’에 부르고뉴 ‘손맛’ 더한 ‘뉴 클래식’ 샤르도네 탄생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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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와인의 진화⑥>

오크 절제·유기농 재배·자연 효모로 떼루아 담는데 주력/전송이 압착·배럴 발효로 부르고뉴 스타일 추구/생기발랄한 산도·과일향·미네랄 강조

 

프록스 립 와인. 홈페이지
프록스 립 와인. 홈페이지

캘리포니아 샤르도네는 대체로 버터리하고 당도가 높다는 인식이 아직 높습니다. 하지만 최근 프리미엄 샤르도네 생산자들은 부르고뉴와 흡사한 양조 방식을 사용합니다. 손수확, 전송이 압착, 오크 사용 절제로 순수한 과일향, 미네랄, 떼루아를 담는데 주력합니다.

 

프록스 립 셰일 앤 스톤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프록스 립 셰일 앤 스톤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샤르도네에 미네랄을 담다

 

▶프록스 립 셰일 앤 스톤(Frog’s Leap Shale and Stone) 샤르도네 2023

 

잘 익은 사과, 모과, 자몽, 흰복숭아, 레몬 껍질, 흰꽃향이 느껴지고 팔레트에 젖은 돌이나 부싯돌의 미네랄, 생기발랄한 높은 산도가 어우러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효모앙금 숙성에서 오는 브리오슈, 은은한 토스트 뉘앙스가 더해집니다. ‘나파밸리 샤르도네=버터·오크·잔당감’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와인입니다. 특히 미네랄 중심의 클래식하고 긴장감 있는 샤르도네는 마치 샤블리 등 부르고뉴 샤르도네를 닮았습니다. 셰일 앤 스톤이라는 와인 이름이 스타일을 알려줍니다. 셰일(shale)은 아주 미세한 진흙·점토가 압축돼 만들어진 얇은 층 구조의 퇴적암으로 종이처럼 얇게 쪼개집니다. 이런 토양에서 자란 샤르도네는 젖은 돌, 부싯돌 느낌의 미네랄리티가 강합니다. 또 돌멩이가 많은 척박한 토양이라 배수가 잘 되고 포도나무 뿌리가 생존을 위해 깊게 뿌리내리면도 포도알이 작아져 농축되고 복합적인 풍미를 만듭니다.

 

프록스 립 포도밭. 홈페이지
프록스 립 포도밭. 홈페이지

나파밸리 최남단 로스 카르네로스(Los Carneros)의 트루샤드(Truchard) 빈야드의 샤르도네로 만듭니다. 카르네로스는 산 파블로 베이와 가장 가까워 나파밸리에서 가장 서늘한 해양성 기후를 띱니다. 1979년 처음 식재된 유서 깊은 포도밭입니다.

 

부르고뉴 샤르도네처럼 배럴 발효하지만 오크 사용을 최대한 절제한 점이 돋보입니다. 프렌치 오크에서 2~3일 정도 짧게 발효한 뒤, 발효가 가장 활발한 시점에 콘크리트 탱크로 옮겨 발효를 완료하고, 효모 앙금 숙성(Sur lies)을 약 12개월 진행해 복합미를 끌어 올립니다. 오크와 너무 오랫동안 접촉하면 스파이스 향이 강해지고 지나치게 묵직한 느낌의 샤르도네로 만들어 지기 때문에 스파이트 노트와 복합미를 가볍게 얻는 정도로만 아주 짧게 오크에서 발효합니다. 

 

나파밸리 와인 산지.
나파밸리 와인 산지.

오크 영향을 줄이더라도 얼마나 매력적인 샤르도네를 만들 수 있는지를 실험적인 정신으로 보여주는 생산자로 평가됩니다. 특히 포도즙을 추출할 때 부르고뉴 생산자들처럼 전송이 상태로 압착(whole-cluster press) 합니다. 송이째로 압착하면 줄기가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껍질과 씨앗에서 나오는 거친 성분 추출을 최소화해  더 맑고 깨끗한 과즙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포도가 과숙하기 쉬운 나파 밸리에서는 샤르도네의 산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인데, 전송이 압착은 산소 노출을 줄여 신선한 산미와 과실 향을 보존하는 데 유리합니다.

 

드라이 파밍. 프록스 립 홈페이지
드라이 파밍. 프록스 립 홈페이지

프록스 립은 물을 전혀 공급하지 않고는드라이 파밍(Dry farming)으로 포도밭을 관리합니다. 토양은 겨울과 초봄의 비를 흡수해 마치 ‘스펀지’처럼 물을 저장한 뒤, 길고 덥고 건조한 여름 동안 그 수분을 포도나무에 서서히 공급합니다. 이런 드라이 파밍은 포도나무의 뿌리가 토양 깊숙이 뻗어 내려가도록 유도하해 보다 균형 잡히고 섬세한 풍미를 지닌 와인을 만들어냅니다. 프록스 립은 40년 넘게 유기농 농법을 고수합니다.

 

프록스 립 설립자 존 윌리엄스. 홈페이지
프록스 립 설립자 존 윌리엄스. 홈페이지

프록스 립은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와 래리 털리(Larry Turley) 1981년 차고에서 시작한 와이너리로 ‘가라지(Garage) 와인’의 원조격입니다. 존은 1976년 ‘파리의 심판’ 레드 부문에서 우승한 스택스립 와인 셀라(Stag’s Leap Wine Cellars)에서 일하면서 와인업계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캘리포니아 와인의 전통과 역사, 스택스 립(숫사슴의 도약)을 잇는다는 의미로 와이너리 이름을 프록스 립(개구리의 도약)으로 유머러스게 지었습니다. 비노파라다이스 수입.

 

매티아슨 린다 비스타 빈야드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매티아슨 린다 비스타 빈야드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면도날 밸런스’를 찾아라

 

▶매티아슨 린다 비스타 빈야드(Matthiasson Linda Vista Vineyard) 샤르도네 2023

 

레몬, 골든 딜리셔스 사과, 흰복숭아, 살구, 머스크 멜의 과일향과 봄꽃향이 느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아몬드의 은은한 크리미함, 약간의 꿀향도 드러나며 신선한 산도와 젖은 돌의 미네랄과 밸런스 좋게 어우러집니다.

 

나파밸리 오크 놀 디스트릭트(Oak Knoll District)의 린다 비스타 빈야드에서 생산된 샤르도네로 만듭니다. 유기농 인증을 받은 샤르도네를 전송이 압착한 뒤 천연 효모만 사용해 발효합니다. 3분의 1만 젖산발효(말로라틱)하고 여러 차례 사용한 중성 프렌치 오크에서 효모앙금 숙성(Sur Lies)해 복합미를 끌어 올립니다.

 

샤르도네 손수확. 매티아슨 홈페이지
샤르도네 손수확. 매티아슨 홈페이지

오크 놀은 나파밸리의 오크빌, 러더퍼드 등 화려한 유명 산지에서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나파 밸리 안에서도 가장 ‘균형 잡힌 기후’를 가진 핵심 AVA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샤르도네와 소비뇽 블랑 같은 화이트 품종 재배의 최적지로 평가됩니다. 북쪽 욘트빌(Yountville), 남쪽 카르네로스(Carneros) 사이에 있는 오크 놀은 따뜻한 북부 나파밸리와 서늘한 카르네로스 사이의 완충지대이기 때문에 양쪽의 장점을 모두 누립니다. 샤르도네는 레몬, 사과, 배, 복숭아, 높은 산도, 미네랄, 크리미 질감을 지녀 부르고뉴 스타일에 가장 가까운 나파밸리 샤르도네로 평가됩니다.

 

매티아슨 부부. 홈페이지
매티아슨 부부. 홈페이지

스티브 마티아슨(Steve Matthiasson)·질 클라인 마티아슨(Jill Klein Matthiasson) 부부가 설립한 와이너리입니다. 스티브는 양조학으로 유명한 UC Davis 출신 포도 재배 전문가(viticulturist) 입니다. 1996년부터 스택스 립 와인셀라, 스팟츠우드 와이너리 (Spottswoode Winery), 아라우호 에스테이트 (Araujo Estate), 달라 발레 빈야즈 (Dalla Valle Vineyards) 등 나파밸의 여러  유명 와이너리의 컨설턴트로 활동하다 2002년 자신의 와이너리를 설립합니다. 푸드 앤 와인(Food & Wine), 샌 프란시스코 클로니클(San Francisco Chronicle)의  ‘올해의 와인메이커’로 선정됐습니다.

 

매티아슨 포도밭. 홈페이지
매티아슨 포도밭. 홈페이지

소비뇽 블랑으로 시작해 2011년 집 뒤에 있는 린다 비스타 샤르도네 포도밭을 임대해 직접 재배를 시작합니다. 와이너리가 있는 웨스트 오크 놀은 나파밸리의 전통적인 샤르도네 산지로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 지역은 기후가 너무 서늘해 풀 바디 레드 와인을 생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으로 여겨져 화이트 품종을 주로 재배했습니다. 서늘한 바람, 해양 기원의 점토 토양은 산뜻하고 생동감 있는 산도를 부여하며 나파 밸리의 햇살은 와인에 풍부함과 완숙미를 더합니다. 와이너리는 마치 면도날 위를 걷는 것처럼 섬세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샤르도네 생산에 집중합니다. 안단테와인프로젝트 수입.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