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2일 “처리해야 할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상임위원회는 가동되지 않고 있다”며 “후반기 원 구성에 있어선 100% 위원장을 일하는 민주당이 맡아서 책임지고 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원 구성을 앞두고 법제사법위원장직을 요구하고 있는 국민의힘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정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이 좋아하는 미국처럼 우리도 미국식으로 해야겠다. 미국은 한 석이라도 많은 정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맡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해서라도 복잡해지는 국제질서 속에서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모든 것은 골든타임이 있는데 이를 놓치면 국민 피해가 너무 심각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선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있다”며 “일하지 않으려면 먹지도 말고 상임위원장도 탐하지 말라”고 했다.
민주당 내부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고 각종 개혁·민생입법을 신속히 처리하려면 22대 국회 후반기에 각 상임위원장직을 독차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있다. 국회법상 상임위원장은 본회의에서 표결로 선출하는 것이어서 마음만 먹으면 민주당 뜻대로 할 수 있다. 역대 국회에선 협치 명목으로 다수당이 일부 상임위를 소수당에 양보하는 관례를 따랐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관례국가가 아닌 법치국가”라는 것이 정 대표의 평소 소신이다.
게다가 국민의힘이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 신설법, 대법관 증원법, 재판소원제 도입법) 처리에 반발, 대미투자특별법 특위를 한때 파행시켰던 점은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 움직임에 명분을 제공한 모양새가 됐다. 후반기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선 특히 법사위원장직을 둘러싼 여야 충돌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다수당에서 국회의장을 선출하고 법사위원장은 소수당이 맡아야 견제와 균형 원리에 맞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각종 법안이 본회의로 가기 전 거쳐야 하는 관문인 법사위를 양보할 뜻이 없어 보인다.
현재 법사위원장과 여당 간사는 각각 추미애·김용민 의원이 맡고 있다. 둘 다 강성파로 분류된다. 국민의힘 간사는 현재 공석이다. 국민의힘이 법사위 간사로 내정한 나경원 의원에 대해 민주당이 수용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남편이 김재호 춘천지법원장인데 아내인 나 의원이 법사위원으로 보임한 것 자체가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것이 여당 입장이다. 법사위는 법원·검찰 등에 대한 감사권을 갖는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국민의힘에 법사위를 양보할 수 없다. 모든 법안을 국민의힘이 법사위에서 틀어막으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