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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물살 밀고 가듯…헤엄치는 삶 택한 ‘방탄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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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 ‘BTS: 더 리턴’ 27일 공개

‘군백기’서 돌아온 13년차 보이그룹
5집 ‘아리랑’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
안전 대신 변화 택한 고뇌 고스란히
지인과 모임 등 인간적 면모도 담아

방탄소년단(BTS)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의 타이틀곡 ‘스윔(SWIM)’은 힘을 뺀 담백함이 특징이다. 10여년 전 이를 악물고 ‘Run Run Run 난 멈출 수가 없어’(‘RUN’, 2015년)를 외치던 소년들은 이제는 무한 질주 대신 파도 속을 헤엄치는 삶을 노래한다. 2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BTS: 더 리턴’은 이러한 선택의 과정을 담은 앨범 제작기다. 

 

2025년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9월 녹음을 앞두고 앨범의 음악적 방향을 확정해야 하는 일곱 멤버에게 주어진 시간은 촉박하다. ‘군백기’ 동안 솔로 활동을 거치며 저마다의 음악적 색은 뚜렷해졌지만, 이를 하나로 묶을 여유는 없다. 멤버들은 “시간이 없다”며 ‘멘붕’을 토로한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12년 차 그룹의 냉정한 현실 인식도 읽힌다. BTS는 2022년, 인기 정점에서 잠시 멈췄다. 보이그룹으로 이례적으로 긴 수명을 이어왔고, 인기 절정 그룹이 활동 중단 이후 재결합에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는 사실을 멤버들은 잘 알고 있다. 참고할 선례 없이 귀환의 방식을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음악 작업을 마친 어느 밤, 멤버들은 데뷔 초 방송 영상을 함께 본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었던 이들은 이제 30대에 접어들었거나 그 문턱에 있다. 30대가 된 보이그룹은 변화를 필요로 한다. ‘방탄도 이제 한 물 갔다’는 평가를 경계하며, ‘20대 초반 같은 곡’은 과감히 버린다. 변화는 선택이 아닌 전제였다.

 

‘아리랑’ 콘셉트가 결정된 비하인드 스토리도 공개된다. 앨범 방향을 잡지 못하던 중 1896년 미국 워싱턴에서 조선 유학생 7명이 부른 아리랑 최초 녹음본을 총괄 크리에이터가 레퍼런스로 제시했고, 방시혁 총괄 프로듀서가 이를 재가했다. 이를 계기로 ‘방탄 2.0’의 윤곽이 잡혔다. 다만 ‘한국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시도는 멤버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영웅·전설 서사에 대한 거부감과 ‘국뽕’ 논란을 동시에 우려하며, 아리랑을 어떻게 해석하고 음악으로 풀어낼지에 대한 멤버들의 고심이 쌓인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BTS: 더 리턴’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BTS: 더 리턴’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녹음 과정은 물리적으로도 빡빡했다. 짧은 시간 안에 영어 가사를 완성하고 발음을 다듬어야 했다. 녹음 스튜디오의 피로와 압박은 소주를 곁들인 밤늦은 삼겹살 파티에서야 풀린다. 멤버들은 서로를 ‘형제’ ‘두 번째 가족’이라고 표현하며 버팀목으로 삼는다.

 

다큐멘터리 곳곳에는 멤버들이 장난치고 농담하는 내밀한 홈비디오 같은 장면이 담겼다. 연출을 맡은 바오 응우옌 감독은 20일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에서 국내 언론을 만나 “LA에서 BTS가 보내는 모든 시간을 제작진이 함께할 수 없기에, 옛날 스타일 캠코더를 들려 보내 많은 순간을 포착하도록 했다”며 “보통은 가족들이 홈비디오를 찍지만, BTS도 가족 같은 존재이기에 그 느낌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록곡 14곡 중 타이틀로 정해진 ‘스윔(SWIM)’은 멤버들이 ‘평양냉면 같다’고 표현한 곡이다. 작업을 마무리하고 녹음본을 함께 들을 때조차 반응은 엇갈린다. “처진다” “대중의 기대와 정반대 방향”이라는 우려와 “어른의 느낌”이라는 평가가 충돌한다. 결국 “변화를 주려면 지금밖에 없다”는 판단이 선택을 밀어붙인다. 

 

수록곡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의 아리랑 샘플링 방식 역시 긴 논의 끝에 확정됐다. 글로벌 슈퍼스타인 BTS가 K콘텐츠의 대표성을 수행해야 한다는 총괄 프로듀서의 의도가 강하게 반영됐다. 방시혁은 “6만∼7만명이 모인 공연에서 외국인들이 아리랑 후렴부를 따라 부르면 엄청나게 아이코닉할 것”이라며 “타깃은 한국만이 아니라 글로벌 대중”이라고 강조한다. 

 

다큐멘터리는 결국 한 문장으로 수렴한다. “계속 똑같은 걸 할 순 없다. 하루하루 물살을 밀고 가듯 살아가는 것이다.” 30대에 접어든 보이그룹의 두 번째 장은 안전 대신 변화를 향한다.

 

작품은 ‘공식 승인된 팝스타 다큐멘터리’의 울타리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두려움과 갈등 같은 입체적 감정과 속내를 깊이 드러내기보다 정제된 서사에 머문다. 멤버들의 사생활도 거의 담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부 장면에서 멤버들이 비속어를 쓰며 거침없이 감정을 드러내거나, 유튜브를 보고 게임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 장면, 연예인 지인 모임을 갖는 장면이 포착되며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3년 9개월만의 신보 발매와 서울 광화문광장 대규모 콘서트에 이어 앨범 준비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까지 일주일 간격으로 공개되며 팬들에게는 오랜 기다림 끝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미(ARMY)는 이미 열렬히 반응하고 있다. 23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넷플릭스에서 생중계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은 전날 기준 한국과 미국·일본·영국 등 77개국에서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