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3월 중순 원유 수입액 28% 급증… ‘인플레 쓰나미’ 몰려온다 [美·이란 전쟁]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중동發 리스크 여파 엄습

고유가·고환율 겹악재 지속돼
수입 의존 기업 임계점 돌파 땐
소비자 물가상승 압력 커질 듯

‘매파’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
5월 금리인상 시그널 보낼 수도

금 시세 전일比 6% 이상 떨어져

이란전쟁으로 ‘유가 100달러’가 장기화하고 환율이 1517.30원까지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당장 전쟁 여파로 이달 중순 원유 수입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8% 급등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매파 성향’ 한국은행 총재 후보가 지명되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나온다.

서울시내의 한 주유소의 모습. 뉴스1
서울시내의 한 주유소의 모습. 뉴스1

최근 고유가·고환율의 ‘겹악재’가 지속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7원 오른 1517.30원(오후 3시30분 종가)까지 뛰었다. 고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내놓은 ‘최근의 환율 변동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화 요인과 국내 요인으로 환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같은 분기에 소비자물가는 0.04%포인트 상승 압력을 받는다.

 

지난해 한은이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10%포인트 상승하면 소비자물가에 대한 전가효과는 단기 0.28%포인트, 장기 0.19%포인트로 추정됐다. 환율의 소비자물가 전가는 환율 변동 후 9개월에 가장 커졌다가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고환율이 3개월 이상 유지되면 장기적으로 물가 오름폭이 컸다.

 

문제는 환율 대응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동발 리스크 자체를 우리나라에서 통제할 수 없기에 지금으로선 외환당국이 말의 무게감을 챙기는 게 낫다”며 “시장의 투자심리 자체가 망가져 있기에 당국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지 환율 방어선을 두텁게 만드는 방향으로 강경 대응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고유가는 이미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관세청이 이날 발표한 ‘3월 1∼20일 수출입 현황(잠정치)’에 따르면 해당 기간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7% 증가했다. 특히 원유 수입액은 27.8% 급증했다.

 

원유·가스·석탄을 포함하는 에너지 전체 수입액은 18.8% 늘었다. 원유 수입액은 1∼20일 기준 1월 43억달러에서 2월 44억달러, 3월 47억달러로 증가폭을 키워가고 있다. 이달 유가 상승과 고환율 여파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가는 시차를 두고 물가 전반으로 전이된다. 국제유가 상승은 석유류 제품에 이어 생산원가 상승을 통해 다른 재화 및 서비스 가격에 대한 이차 파급영향을 미쳐 근원물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근원물가란 농산물·석유류 등 일시적 외부 충격으로 가격 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하고 산출하는 물가지수다. 근원물가가 오르면 사람들이 향후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하는 ‘기대 인플레이션’도 커지게 된다.

마창석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은 “중동 사태와 고유가 장기화 여부가 관건”이라며 “사태가 장기화해서 원자재·중간재를 수입하는 기업들이 버틸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서면 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전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 우려에 대해 “유가 상승과 이에 맞선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 환율 움직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중”이라며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커서 환율의 물가 전이 효과에 대해 좀더 분석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 압박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매파’로 평가되는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이 한은 총재 후보로 지명되면서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에서 방향을 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시장 금리 상승 흐름에 기준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면 가계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김진욱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빠르면 신 후보자가 처음으로 주재하는 5월28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 인상 시그널이 나올 수 있다”고 관측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며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은 지난달 2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KRX 금 시장의 국내 금 시세는 전날보다 6% 이상 하락해 1g당 21만650원까지 밀렸다.

수원도시공사, 4월부터 ‘차량 5부제’ 중동 분쟁에 따른 국가적 유가 불안정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23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도시공사(더함파크) 입구에서 직원들이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차량 5부제’를 홍보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수원도시공사, 4월부터 ‘차량 5부제’ 중동 분쟁에 따른 국가적 유가 불안정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23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도시공사(더함파크) 입구에서 직원들이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차량 5부제’를 홍보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고유가 속에 ‘4월 원유 수급 위기설’마저 나오면서 시장 불안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원유 수급엔 큰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각 정유사가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하는 대체 경로로 물량을 확보 중이며,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도입하기로 한 2400만배럴 중 3월 말과 4월1일 두 번에 걸쳐 400만배럴이 들어오고 1800만배럴도 4월 초·중순부터 입항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 실장은 “4월에 도입되는 원유 물량이 평소보다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대체 물량이 꾸준히 들어오고 4월 중순엔 비축유 방출까지 계획돼 전체 수급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