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경북 영덕 풍력발전기에서 난 화재로 현장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시설 유지·보수업체 소속 외주 근로자 3명이 사고 당일 화재를 유발할만한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관계자 증언이 나와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번 사고 발생 후 일각에서는 사망 근로자들이 연삭기 등을 사용하는 발전기 날개(블레이드) 균열 보수작업에 투입됐던 점 등을 근거로 이번 화재가 작업 중 발생한 과실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서 불꽃이 발생하는 작업이 없었다"는 진술이 나옴에 따라 당국은 시설 결함 및 전기적 요인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원인 규명에 나설 방침이다.
25일 숨진 근로자들이 소속된 외주업체 대표 A씨는 "사고 당일 사망한 작업자들은 헤드랜턴만 있고 다른 조명 장비는 없었기 때문에 연삭기로 균열이 난 블레이드 부분을 정리하는 보수작업을 할 수 없었다"며 "블레이드 내부는 깜깜하기 때문에 추가 조명 장비가 반드시 있어야 작업이 가능하다. 이런 까닭에 (지난 23일)불똥이 튀는 작업 자체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날 작업자들이 한 일은 연삭기 등 블레이드 보수에 필요한 장비와 자재를 발전기 상부에 옮겨놓은 것이 전부였다"고 덧붙였다.
작업자 3명이 사망한 영덕군 풍력발전기 화재 사고 발생 당시 해당 시설에 비상 상황에 대비한 탈출장치가 없었을 가능성이 확인돼 당국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설령 탈출장치가 있었더라도 사용 제원 등을 고려할 때 이번 발전기 화재에 따른 근로자 사망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영덕 풍력발전기 화재로 숨진 작업자 3명은 정부의 풍력발전설비 긴급 합동점검에 따라 날개(블레이드) 균열 수리를 위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점검에서 영덕풍력발전단지 내 풍력발전기 상당수에서 보수·보강 등 부적합 사항이 발견됐다. 또 운영사 측은 노후화한 풍력발전기 일부를 철거한 뒤 새로 짓고 있는 상황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드러났다.
영덕 풍력발전단지 화재를 둘러싸고 사전에 확인된 '중대 결함'과 미흡한 개선 조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는 풍력발전기 19호기 블레이드(날개) 균열 보수 작업 도중 발생했다. 숨진 작업자들은 높이 80m 타워에 올라 길이 40m에 달하는 블레이드 내부에서 작업을 진행하던 중 화재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해당 단지는 지난 2월2일 발생한 발전기 타워 꺾임 사고 이후 2월5~20일까지 특별점검이 실시됐다. 이 과정에서 총 6건의 중대 결함 및 개선사항이 발견됐다.
주요 내용은 △블레이드 미세균열 △고정볼트 파손 △피치베어링 소손 등으로 모두 구조적 안전성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특히 블레이드 균열은 파손뿐만 아니라 화재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핵심 결함으로 지적된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의 ‘최근 5년간 풍력발전 사고 현황’에 따르면 2021년 이후 발생한 총 11건의 풍력 발전소 사고 중 8건(73%)이 화재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에는 한 해 한 건도 드물었지만 작년엔 2건이었고, 올해는 이번 영덕 사고를 포함해 벌써 3건이 발생했다.
김위상 의원은 “재생에너지 확대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지만, 반드시 안전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덕 풍력발전기 화재와 관련해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염두에 두고 전방위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노동 당국도 현장 작업자 3명이 숨진 영덕군 풍력발전기 화재 사고와 관련, 원·하청 관계자를 상대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중대재해수사과는 25일 영덕군 풍력발전단지를 운영 중인 원청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고 밝혔다.
포항지청 중대재해수사과는 앞서 사망한 현장 작업자 3명을 고용한 하청 업체 대표를 대상으로 기초 조사를 실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