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농촌 인구 구조 변화가 동시에 심화하는 지금, 원예특작산업은 분명한 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상기상은 생산과 수급을 흔들고,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은 농업 현장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의 순간이기도 하다. 어떤 방향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농업의 미래는 달라진다. 정부는 농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농정의 핵심 과제로 기후변화 대응과 인공지능(AI) 전환, 신산업 육성을 제시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농업 연구 기관의 역할 또한 기존 방식에 머물 수 없다. 논문과 보고서를 넘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농업인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연구 개발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 연구는 기관이 설계하고 현장이 따르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를 출발점으로 과제를 만들고 실증과 확산을 통해 다시 현장으로 환류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이러한 인식 아래, 원예특작산업의 지속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현장 협력을 기반으로 한 연구 방향의 전환이 요구된다.
첫째는 기후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생산 체계로의 전환이다. 원예작물은 생육 단계마다 기상 조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따라서 세심한 관리와 사전 대응이 안정 생산의 핵심이다. 사과와 배추, 인삼 등 주요 작목은 주산지 농업인,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와 함께 협의체를 운영해야 한다. 재배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는 연구 기획 단계부터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화기 저온 피해를 줄이는 기술과 고온기 생리장해 예측·처방 기술도 고도화해 지역 여건에 맞는 체계를 축적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단기적 기술 보급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생산 체계를 만드는 필수 과정이다.
둘째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실제로 작동하는 농업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다. 데이터와 AI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다만 기술 도입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센서, 영상, 기상 데이터 등 재배지에서 축적되는 정보를 면밀히 분석하고, 그 결과가 다시 농업인의 의사결정을 돕는 쌍방향 데이터 활용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농업인은 데이터 제공의 대상이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농사를 더 쉽게 짓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셋째는 원예특작산업을 미래 신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소비 흐름에 대응해야 한다. 이를 통해 원예특용작물의 산업적 외연을 넓혀야 한다. 특정 지역과 농가를 단순 실험 대상이 아닌 ‘공동 연구의 파트너’로 삼아, 기능성 소재 개발과 원료 생산, 가공 기술이 농업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검증해야 한다. 연구 성과는 실증을 통해 다듬고, 적용 가능한 모델로 만들어 산업이 지역 경제와 국민 삶의 질을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기술 보급 방식 또한 바꿔야 한다. 매뉴얼 전달에 그치기보다, 지역과 작목 특성에 맞는 방식으로 현장과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성공 사례는 지역 단위로 공유하고, 시행착오의 경험 또한 다음 연구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개방적인 협력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
기후 위기와 디지털 전환은 원예특작산업에 분명한 도전이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현장에서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연구와 실증, 보급이 단절되지 않고 현장에서 완성되는 구조가 정착될 때, 원예특작산업은 국가 전략산업으로서 역할을 더욱 분명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대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