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은 핵무기 보유국이다. 핵탄두를 러시아(5459기), 미국(5177기), 중국(600기), 프랑스(290기), 영국(225기), 인도(180기) 다음으로 많은 170기쯤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이 핵무기 개발에 나선 것은 국경을 접한 이웃 나라이자 주적(主敵)인 인도 때문이다.
과거 영국 식민지 시절만 해도 한 나라나 다름없었던 인도와 파키스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국이 되는 과정에서 힌두교(인도)와 이슬람교(파키스탄)의 갈등 때문에 둘로 갈라졌다. 1974년 인도가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자 절치부심한 파키스탄도 추격전에 나선 끝에 1998년 핵탄두를 손에 쥐었다.
오랫동안 친(親)중국 외교 노선을 걸어 온 파키스탄은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인도와 중국이 국경 문제로 여러 차례 전쟁을 치를 만큼 사이가 나쁜 점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옛말이 새삼 실감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인도군이 과거 소련(현 러시아) 무기로 무장을 했고 요즘에는 프랑스 무기를 도입하는 것과 달리 파키스탄군은 중국산 무기의 최대 수입국이다.
파키스탄과 인도 간에 무력 충돌이 벌어진 2025년 5월 인도 공군의 프랑스제 라팔 전투기가 파키스탄 공군이 보유한 중국제 전투기와의 공중전에서 져 격추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잔뜩 고무된 중국은 자국 군용기의 성능 홍보에 열을 올렸으나, 정작 인도는 라팔 114대 추가 구매 의사를 밝혔다.
비동맹 중립을 표방한 인도와 달리 파키스탄은 미국과도 원만하게 지낸다.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은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매우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28일 미국이 이란 공습에 나서기 직전 트럼프는 “파키스탄에는 훌륭한 총리가 있고 훌륭한 장군이 있다”며 “내가 정말 존경하는 두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이는 파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전면전을 선포한 것과 관련해 미국의 파키스탄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파키스탄에는 아프간 지배 세력인 탈레반과 연계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 ‘파키스탄 탈레반’(TTP)이 있다. 이들이 폭탄 테러 등을 저지르며 파키스탄 정부를 겨냥하자 파키스탄군이 아프간을 직접 정조준하고 나선 것이다.
벌써 한 달 가까이 아프간과 전쟁 중인 파키스탄이 돌연 미국·이란 전쟁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타히르 안드라비 파키스탄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이) 합의한다면 파키스탄은 언제든 회담을 주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에 15개항의 휴전 조건을 제시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온 상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부터 4년 넘게 전쟁 중이다. 이 싸움의 중재자를 자처하는 미국은 이스라엘과 한 편이 되어 지난 2월28일부터 이란과 전쟁 중이다. 그런데 아프간과 전쟁 중인 파키스탄이 또 미국·이란 전쟁 휴전을 중재하겠다고 한다. 바야흐로 전쟁의 시대에 국제사회가 어디로 가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