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호크 미사일은 미국이 1970년대 개발한 장거리 순항미사일이다. 저고도(30~50㎞)로 적국의 방공망을 뚫고 침입할 수 있다. GPS(위치정보시스템)와 INS(관성항법장치) 유도를 받아 표적을 추적한다. 여기에 DSMAC(디지털영상대조항법)가 더해져 건물의 창문을 뚫을 정도의 타격 정밀도를 자랑한다. 데뷔전은 1991년 1월 걸프전이다. 이라크군 방공망을 허수아비로 만들며 실력을 입증했다. 당시 페르시아만에 있던 미군 구축함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발사된 토마호크는 CNN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고, 이후 미국 주도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 됐다.
최근 이란과의 전쟁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미국은 개전 3일 동안 토마호크 400발을 이란에 퍼부었다. 걸프전 당시 모두 297발이 사용된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난 물량 공세다. 한 발당 가격이 개발 초기의 절반 수준인 60만달러(약 9억원)로 내렸다지만 여전히 비싼 무기다. 미국은 전쟁을 단기간에 종결지을 수만 있다면 이 정도 비용은 아깝지 않다고 봤을 것이다. 오만이자 오판이었다.
이란이 저가 드론 중심 ‘비대칭 전력’을 앞세워 전쟁을 소모전 양상으로 몰아간 탓이다. 무엇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름을 떨친 이란제 ‘샤헤드-136’ 소형 자폭 드론의 성능을 우습게 봤다. 토마호크와 비슷한 사거리(2000㎞)를 지녔음에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저렴하다. 기본형은 3000만원 정도다. 산술적으로 토마호크 1발 가격이면 샤헤드 드론 30대 넘게 날릴 수 있는 셈이다. 심지어 미국과 걸프지역 국가들은 이런 자폭 드론을 막기 위해 한 발당 400만달러(약 60억원)에 달하는 패트리엇(PAC-3) 등 값비싼 요격미사일을 반복 사용하는 우를 범했다. 이란의 드론 소모전에 미사일 재고는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향후 전사(戰史)에 기록될 게 분명하다.
이제 전장에서 드론의 영향력은 확산일로다. 북한과 마주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4년 북한 소형 무인기가 휴전선을 넘어 남하한 뒤 경북 성주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를 촬영하고 돌아가다 추락한 적이 있다. 북한 드론이 영공을 휘젓는 동안 군은 깜깜이였다. 비난 여론에 군은 저고도 방공망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말뿐이었다. 2022년 말에도 우리 방공망은 북한 드론에 맥없이 뚫렸다. 지금은 달라졌을까.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장기화하며 북·러 협력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북한군의 드론 및 대(對)드론 작전 역량도 비약적으로 고도화했을 것이다. 북한은 최근 중동전에서 사용되는 것과 유사한 형태의 신형 자폭 드론도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수도권을 겨냥, 시간당 최대 1만6000발을 쏠 수 있는 북한 장사정포의 화력도 막강하다. 장사정포와 자폭 드론을 결합해 이란이 미국 등 걸프 동맹국을 상대로 한 것처럼 ‘섞어 쏘기’ 전술을 활용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얼마 전 국방부가 드론작전사령부의 조직개편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 장관 자문기구인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가 제시한 드론사 해체 권고를 뒤집은 것이다. 설왕설래하던 드론사 해체가 조직개편 선에서 마무리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드론사 해체 권고는 발표 당시부터 논란을 불렀다. 드론의 중요성이 커진 현대전의 흐름과 동떨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윤석열정부가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평양으로 무인기를 날려 보냈다는 의혹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드론사 해체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우크라, 이란 전쟁 등에서 보듯 저비용·고효율의 드론 대응 체계 구축은 우리 군의 당면한 과제다. 인공지능(AI)이 스스로 목표를 식별해 공격하는 드론 등장도 시간문제다. AI의 군사적 활용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계도 느슨해지는 마당 아닌가. 늘 그렇듯 역사에서 준비되지 못한 군대는 살아남지 못했다. 값비싼 미사일 대신 드론이 전쟁의 서막을 열 날이 머지않았다. 미래전의 충격과 위험에 대비해야 할 군은 정치 변수에 흔들려선 안 된다. 드론사 해체 논란이 각성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