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제한된다고 판단했던 2021년 서울중앙지법 1심 판결이 5년 만에 대법원에서 최종 취소됐다.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낸 지 11년 만에 사건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최근 강제징용 피해자 상속인 강모씨 등 9명이 미쓰비시중공업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1심 판결을 파기환송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원고인 강제동원 피해자 및 유족들은 2015년 5월 일본제철, 홋카이도 탄광기선, 닛산화학 등 일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미지급 임금과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2021년 6월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당시 재판장 김양호)는 원고들에게 소송을 낼 권한이 없어 부적법하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이 제한된다는 판단이다. 이는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한 판결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됐다.
하지만 2024년 2월 2심 서울고법 민사33부(당시 재판장 구회근)는 “1심 판결은 부당하다”며 1심을 취소하고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2심 재판부는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법리에 따라 “원고들이 주장하는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청구권 협정이 손해배상 청구권 행사를 제한한다고 볼 수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가가 조약을 체결해 외교적 보호권을 포기함에 그치지 않고 국민 개인의 동의 없이 국민의 개인청구권을 직접 소멸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근대법의 원리와 상충된다”며 “조약에 명확한 근거가 없는 한 조약 체결로 국민의 개인청구권까지 소멸했다고 볼 수 없는데, 청구권협정에 개인청구권 소멸에 관한 양국 정부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볼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고 판시했다.
미쓰비시중공업과 홋카이도탄광기선은 2심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국제재판관할, 조약이나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 및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홋카이도탄광기선은 ‘일본의 구 회사갱생법상 갱생계획인가 결정을 받아 면책됐고, 면책된 채권에 기초해 제기된 소송은 부적법하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당시 ‘속지주의 원칙’을 취하고 있던 우리나라의 구 회사정리법 하에서는 해당 갱생계획 인가 결정에 따른 면책의 효력이 원고들의 소 제기에 미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