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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 속 황금시대를 만든 키워드는 ‘개방·혁신’

정점의 문명/ 요한 노르베리/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3만3000원

 

현대는 권위주의와 대중영합주의가 부활해 이웃한 민주주의 국가를 없애고자 하는 잔혹한 독재자들이 존재하는 시대이며, 진보에 대한 믿음보다 쇠퇴에 대한 두려움이 더 만연한 시대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세계경제포럼은 2025년 세계를 ‘점점 더 분열되는 세계’로 진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류사를 보면 폭발적인 경제성장과 기술적 도약, 문화적 창의성을 꽃피운 짧고도 강렬한 ‘황금 시대’들이 존재했다. 민주주의와 철학을 탄생시킨 고대 아테네, 이민자와 이질적인 문화를 적극적으로 흡수한 용광로 같은 로마 공화국과 초기 제국, 세계의 교차로에서 종교적 관용과 지적 융합으로 학문의 부흥을 이끈 아바스 칼리파, 상업과 기술 혁신을 주도한 중국 송나라, 인본주의와 창조성을 싹틔운 르네상스 이탈리아, 자유시장과 관용의 제국을 건설한 네덜란드, 공업화와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현대 질서를 세운 영국과 미국.

요한 노르베리/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3만3000원
요한 노르베리/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3만3000원

인류사의 정점에 섰던 이들 7개의 위대한 문명들은 어떻게 당대 최고의 번영을 누리며 역사의 정점에 설 수 있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쇠락의 길을 걸었을까. 결국 문명은 무엇으로 번영하고, 무엇 때문에 무너지는가.

“우리는 지금 황금기 속에 살고 있으며 그것이 더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는, 세계적인 사상사학자인 저자는 신간에서 황금시대를 구가한 문명들의 공통성을 개방성과 혁신에서 찾는다. 왜 우선적으로 개방적이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문명이 교역과 실험을 받아들일 때는 번영하고, 문화적 자신감을 잃을 때는 쇠퇴하는 것을 목격한다. 위협을 받으면 우리는 흔히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추구하며, 낯설고 예측 불가능한 것을 배척한다…. 그런 장벽은 다른 가능성으로 향하는 접근을 차단하고, 위협에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을 적응과 혁신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성공한 문명은 대체로 국제 무역이나 여행, 이주가 가져다주는 자극에서 큰 도움을 받았고, 이러한 요소를 활용하기 위해선 포용적인 사회가 필요했다. 외래의 사상과 관습, 심지어 사람까지도 폭넓게 받아들였다. 로마와 네덜란드, 미국은 이민자들의 천국이었다.

다만 개방에만 그쳐선 안 된다. 개방으로 받아들인 인적, 정신적, 물적 자원을 적절하게 운용하고 융합해 혁신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개방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7개의 문명은 바로 모두 혁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반대로, 실존적 위협이나 기득권의 불안에 처했을 때 ‘현상 유지’에만 빠지면서 장벽을 쌓고 사상을 통제하는 ‘닫힌 사회’로의 선택이 어떻게 멸망을 초래했는지도 보여준다. 닫힌 사회는 반드시 무너진다는 것. 결국 성공과 몰락은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는 셈이다.

“모든 문명은 어느 정도 (개방적인) 아테네적 요소와 (폐쇄적인) 스파르타적 요소를 동시에 갖고 있다. 당신도 나도 마찬가지다. 어떤 면을 밖으로 드러낼지는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