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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정은 ‘질문하는 시민의 힘’으로 작동·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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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고 묻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김경집/ 북인어박스/ 2만1000원

 

공화정은 단순한 정치 체제가 아니다. 권력의 정당성을 시민의 판단 아래 두고, 공적 문제를 함께 숙고하려는 오래된 약속이다. 고대 공화정에서 근대 시민혁명에 이르기까지 공화국은 언제나 질문하는 시민에 의해 유지됐다. 그 바탕에서 권력은 위임됐고, 끊임없는 의심과 검증 속에서 정당성을 확보했다.

그러나 오늘날 그 토대가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넘쳐나는 정보는 사유를 깊게 하기보다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고, 판단은 점점 단순해진다. 언어는 설득의 도구가 아니라 선동의 수단으로 전락되고 있다. 사람들은 스스로 질문하기보다 이미 주어진 해석에 기대어 현실을 받아들인다. 질문이 사라진 자리에는 맹신이 자리 잡고, 분별이 멈춘 자리에는 권력이 언어를 대신하고 있다.

김경집/ 북인어박스/ 2만1000원
김경집/ 북인어박스/ 2만1000원

인문교양과 청소년, 고전, 종교, 시대정신 등에 대해 다양한 책을 써온 인문학자인 저자는 이러한 균열을 역사적·사상적 맥락 속에서 공화정이 어떻게 작동해왔는지 서로 다른 시대의 사건과 사상을 교차시키며 인문학적으로 재해석한다. 예컨대 여성이라는 이유로 능력이 의심받고, 특정 집단에 범죄와 위험이 덧씌워지고, 사실이 확인되기도 전에 이름과 얼굴이 먼저 유통되는 현재의 일들은 새롭지 않다. 중세 마녀사냥에서부터 근대 인종주의와 배제 논리, 전쟁과 위기의 순간마다 반복돼온 선동의 언어에 이르기까지 권력이 언제나 유사한 방식으로 자신을 정당화해왔던 결과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재해석해 공화국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왜 동일한 메커니즘이 되살아나는지 탐색한다. 과거 장면들이 낯선 사례에 머물지 않고,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자리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음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지식과 정보는 이미 차고도 넘친다. 우리에게 필요한 핵심은 진위를 가려내는 지적 능력과 사실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는 지혜”라며 “현상 너머 본질을 꿰뚫어 보고 평면적인 지식에서 벗어나 입체적이며 비판적인 안목으로 사유할 수 있을 때 지식은 비로소 지혜가 되고 삶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