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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한국인 ‘마약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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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이 큰 인기를 끌었다. 수리남에서 마약밀매 조직을 만든 한국인 ‘마약왕’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했다. 조씨는 1994년 사기 혐의로 수배를 받자 수리남으로 달아났다. 그는 생선 가공 사업을 하다 마약에 손을 댔고, 급기야 남미 최대 마약 조직과 손잡고 코카인을 미국·유럽 등으로 밀수해 큰돈을 벌었다. 수리남 권력 상층부까지 매수할 정도였다. 2009년 국가정보원에 체포된 조씨는 국내에서 징역 10년을 살고 수리남으로 돌아갔다.

‘텔레그램 마약왕’ 박왕열(48), ‘탈북 마약왕’ 최정옥(39), ‘캄보디아 마약왕’ 호모(62)씨는 동남아를 무대로 활동한 한국인 ‘3대 마약왕’으로 불린다.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카지노’의 모티브가 된 박씨는 텔레그램 닉네임이 ‘전세계’였다. ‘전세계 모든 마약을 다 구해줄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당시 그가 국내에 유통시킨 마약 규모는 한 달에 60kg, 300억원어치 이상이다. 호씨는 가정주부와 대학생 등 30여 명에게 “공짜 여행을 시켜주겠다”며 캄보디아로 불러들여 마약 운반책으로 활용했다. 탈북자 출신인 최씨는 동남아시아를 오가며 마약 유통 총책으로 군림하다가 2022년 캄보디아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됐다.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의 주범으로 현지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박씨가 그제 국내로 압송됐다.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이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직접 임시 인도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박씨는 2016년 바르콜라시의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 현지 경찰에 체포됐으나 두 차례 탈옥했다가 붙잡혔고, 2022년 필리핀 법원에서 징역 60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수감 중에도 휴대전화를 이용해 한국으로 마약을 보내고, 테니스·스파를 즐기는 초호화 생활을 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단속이 느슨해진 틈을 타 국내에서도 마약이 무섭게 번지고 있다. 범죄학계는 국내 마약사범이 6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검찰은 지금까지 국내외 마약 범죄 대응의 컨트롤타워였는데, 오는 10월 해체된다. 검찰이 축적해온 마약 수사 역량이 사장(死藏)될 판이다. ‘마약왕’이 수두룩한 나라에서 이래도 되는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