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에서 5개의 메달(금2·은3)을 목에 건 김윤지(20·BDH파라스)가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윤지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장애인 스포츠의 새 지평을 열었다. 그가 달성한 단일 대회 메달 5개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통틀어 한국 스포츠 100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기록이다. 이 기록은 한국 스포츠사의 가장 빛나는 이정표가 됐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김윤지는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MVP)라는 중압감 대신, 대기록의 주인공다운 당당함이 묻어났다.
대회 직후 ‘운전면허 취득’을 공언했던 김윤지는 귀국 후 쇄도하는 인터뷰와 방송 출연 요청 탓에 면허 준비는커녕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그는 “많은 관심 속에 뉴스 인터뷰와 촬영 위주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특히 예능프로그램(유퀴즈 온더블록) 출연은 처음이라 모든 게 신기했고,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다”면서 “TV에서만 보던 유재석님을 실제로 뵙게 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풋풋한 소감을 전해 기자회견장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대기록을 마주하는 김윤지의 태도는 메달의 무게보다 더 단단하고 의연했다. 그는 “5개의 메달이라는 ‘최초’의 기록은 감사하지만, 사실 운도 따랐던 결과”라면서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세울 기록이고, 앞으로도 멋진 후배들이 그 길을 이어갈 것”이라고 주변에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최초’라는 타이틀에 매몰되기보다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선수,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묵직한 진심을 전했다.
대기록의 주인공임에도 김윤지는 자신을 여전히 ‘도전자’로 정의하며 몸을 낮췄다. 당장의 성과에 안주하기보다 먼 미래의 역할까지 미리 내다보는 모습이다. 그는 “훗날 선배로서 경기에 나설 때는 팀의 중심을 잡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며 “지금은 그 과정이라 생각하고 현재의 위치에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부딪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운동선수로서 세계적인 기량을 닦기까지, 학창시절 체육 교사들의 세심한 배려가 큰 힘이 됐다고. 수업 시간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그가 신체적 제약 없이 최대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공을 들였다. 김윤지는 “선생님들께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려 노력해주신 덕분에 체육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설상 위를 누비는 압도적인 기량의 밑바탕에는 수영으로 다져진 기초체력이 있었다. 수영을 통해 길러진 강력한 심폐 능력은 설상 종목에서도 폭발적인 시너지를 냈다. 김윤지는 “수영에서 익힌 페이스 조절 능력이 노르딕스키 특유의 완급 조절에도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며 “두 종목 모두 극한의 유산소 능력을 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지구력과 파워를 기르는 데 최적의 경로였다”고 설명했다.
이제 막 전성기에 접어든 젊은 선수임에도 김윤지의 시선은 당장의 승부를 넘어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몸이 허락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설상 위에서 모든 것을 쏟겠다”는 투혼을 전한 그는, 인생의 후반전에는 후배들을 위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따뜻한 약속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