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가 초읽기에 들어섰다. 그간 김 전 총리는 대구 숙원사업 해결 등 더불어민주당에 ‘선물 보따리’를 요구해왔다. 이에 정청래 대표가 공개 ‘러브콜’에 이어 김 전 총리를 직접 만나 전폭적 지지를 약속하자 출마 명분이 충분히 쌓였다는 분석이다. 거물급 진보 주자의 가세로 ‘보수 텃밭’으로 통해온 대구가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구를 둘러싼 컷오프(공천 배제) 갈등이 이어지며 법적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 전 총리는 26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나 김 전 총리의 대구시장 출마를 위한 지역 숙원사업 등을 논의했다. 정 대표는 “계속 삼고초려했고, 이제 시간상 더는 미룰 수 없다”며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시장을 도전하시고 국회의원도 하셨는데, 그 정신을 이번에도 유감없이 십분 발휘해주십사 절박한 심정으로 (출마를) 요청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군 공항 이전 문제 등 대구 지역 현안을 언급하며 “대구에는 무엇이든 다해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대구에 필요한 것, 총리님께서 원하시는 것이라면 제가 ‘무엇이든 다해드림’ 센터장이 되고 싶은 심정”이라고도 호소했다.
출마를 고심해온 김 전 총리는 “국민 통합,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이 문제를 보고 있다는 말씀에 감사하고 든든하다”고 화답했다. 그는 “제가 도망을 못 가도록 정 대표가 퇴로를 다 차단하고 말씀하신다”면서도 “대구에서 뛰고 있는 후배·동지들로부터 간절한 요구가 있었다. 이건 피하기는 힘들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거듭 출마 요청을 이어가자, 그는 “다른 얘기 못하게 대못을 박으신다”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30분간의 회동이 끝나고 정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최종 결심을 하시라고 압력을 좀 넣었다”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정 대표가 아주 도망을 못 가게 꽁꽁 싸매는 바람에 제가 곤혹스러워졌다”며 “30일 분명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대선주자급 김 전 총리를 대구시장에 등판시켜 영남권 선거 분위기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통상 ‘보수의 심장’으로 여겨지는 대구지만, 국민의힘이 후보 선출 단계부터 내홍을 겪고 있는 만큼 판세 전환을 노려볼 수 있다는 구상이다. 김 전 총리가 국민의힘 예비후보를 모두 앞선다는 여론조사(리얼미터·영남일보 의뢰·3월22∼23일·무선응답)까지 나오며 당내선 “해볼 만하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국민의힘은 텃밭 대구를 둘러싼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당내 최다선(6선) 의원이자 국회부의장을 맡고 있는 주호영 의원은 이날 대구시장 컷오프에 반발해 서울남부지법에 컷오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가처분 심문기일은 27일 열린다.
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 정당을 망쳐왔던 악의적 공천 결정, 보복·표적 공천의 망령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되살아났다”며 “그동안 우리 국민의힘의 고질적 병폐였던 악의적 공천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동혁 대표가 주 의원을 향해 ‘선당후사’를 요청한 것에 대해서는 “공관위가 선거 승리를 망치는 해당 행위를 반복하는 것을 눈감고 넘어가는 것이 결코 대의는 아닐 것이고, 그것을 위한 희생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주 의원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하고, 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 보궐선거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출마하는 ‘무소속 연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주 의원은 무소속 출마 관련 질문에 “가처분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는 아직 많이 판단해보지 않았다”면서도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다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