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26일 한국을 ‘비적대국’으로 규정하며, 이란과 사전 조율이 이뤄질 경우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해협 통항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전쟁 상대국인 미국과 경제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경우 통항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쿠제치 대사는 이날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 정부와 조율하면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해협 통항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 정부·군과의 사전 조정과 합의가 있어야만 통과가 가능하다”고 조건을 달았다. 그는 세예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지난 23일 조현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국 선박 명단과 세부 정보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쿠제치 대사는 한국 국적 선박이 미국 기업과 거래하거나 에너지 공급망 등에서 미국과 연계돼 있을 경우 안전한 통항을 보장하지 않을 방침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전쟁 중이고, 미국과 이스라엘 기업들을 제재하는 건 이란의 방어권”이라고 강조했다. 호르무즈해협 현재 상황과 관련해서는 “해협에는 기뢰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다”며 “특별한 이상 상황은 없지만, 이란군이 침략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섬 지역에 제한적으로 기뢰를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는 이란과 양자 차원에서 한국 선박 통항 문제를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해협 내 정박 중인 한국 선박에서 물자 부족 등 인도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란 측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것이지, 통항 문제를 두고 양자 협상을 진행한 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