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미국·이란 전쟁에 대응하는 한국의 상황이 아슬아슬하다. 주한미군 전력을 임의로 차출하고 파병까지 닦달하는 미국과 호르무즈해협 봉쇄 해제, 교민 보호 등에서 키를 쥔 이란의 상충하는 요구에 적절히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쟁이 시작된 뒤 주한미군이 보유한 패트리엇 미사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방공자산 일부를 중동으로 이동시켰다.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에 대응해 방공망을 보강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전쟁 상황이 장기화하거나 지상전으로 확대될 경우 차출 전력 범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격용 무기인 에이태큼스(ATACMS) 등 지상 화력과 주둔 병력까지 이동한다면 한반도 내 미군 전력 운용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미국의 파병 요구가 강해질 수도 있다.
앤디 김 미국 연방상원의원(뉴저지·민주)은 한반도에서 사드 등 방공무기 체계의 일부를 중동으로 차출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우려를 표했다. 김 의원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의회에서 연 아시아태평양·한국 언론 대상 간담회에서 “이란 전쟁이 아시아와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관심과 자원을 끌어내고 있다”며 “그들(트럼프 행정부)은 한반도에서 안보 자산, 즉 사드 등 일부 미사일방어(MD) 구성 요소를 빼내고 있다. 그것은 저를 매우 불안하게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움직임에 대응하면서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는 게 직면하고 있는 한국 외교의 난제다. 이는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면서 더욱 어려운 문제가 됐다.
정부는 최근 미국 주도의 대이란 규탄 성명에 참여한 33개국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리며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보조를 맞췄다. 프랑스 측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해협 항행 정상화 문제를 초기적으로 논의하는 다국적군 회의에 참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 23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하며 긴장 완화 필요성과 호르무즈해협 항행 안전을 강조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도 다자의 틀 안에서 동맹국들과 보조를 맞추며 역할을 조율해 나가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