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5월 말까지 현행 대비 2배 이상 확대한다. 국제유가 오름세를 반영해 27일부터 2차 석유 최고가격이 유종별로 1차 대비 200원 넘게 상향 조정됐는데, 유류세를 추가로 낮춰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1%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2.7%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OECD는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향후 에너지 부족에 따른 생산 부담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 휘발유 ℓ당 65원·경유 87원 인하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6일 비상경제점검회의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의 ‘중동전쟁에 따른 비상경제 대응방안’ 등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휘발유 유류세 인하 폭을 7%에서 15%, 경유는 10%에서 25%로 5월31일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 유류세는 ℓ당 763원에서 698원으로 65원, 경유는 ℓ당 523원에서 436원으로 87원 각각 낮아진다. 이번 조치를 담은 개정안은 이달 31일 국무회의에 상정되지만 이달 27일부터 소급 적용한다. 국세청은 유류세율 추가 인하가 소비자 가격에 즉시 반영되도록 정유사에 공급가격 인하를 요청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도입된 지 2주 만인 27일 0시부터 최고 가격이 ℓ당 보통휘발유 1934원, 자동차용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상향 설정됐다. 1차 최고가격은 ℓ당 보통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이었다. 2차 최고가격 대상 유종에는 ‘선박용 경유’가 추가됐다. 고유가로 인한 어민들의 경영부담을 고려한 조치다. 선박용 경유 등 면세로 공급되는 유류의 최고가격에는 제세금을 제외한 금액을 최고액으로 적용했다. 현재 50%인 화물·버스 대상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비율을 4월까지 70%로 한시 상향한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집중 관리한다. 공급망 불안이 나타나고 있는 나프타에 대해선 생산 도입 물량 보고 의무화와 매점매석 금지, 수출 제한을 골자로 한 긴급 수급 조치가 시행된다. 요소·요소수의 경우 수급 안정을 위해 매점매석 금지 관련 고시가 적용된다.
돼지고기 등 23개 품목에 더해 시설농산물, 택배이용료, 외식서비스 등 20개를 특별관리품목으로 추가 지정해 집중 관리한다. 상반기 중앙공공요금은 동결한다. 영업용 화물차(심야)와 노선버스 고속도로(도로공사 관리) 통행료를 1개월 면제하는 등 취약계층 지원도 지속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제2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중동 상황 지속에 따른 비상대응 현황을 점검하며 국민들에게 전기 절약에 동참해 달라고 각별히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전기 부분은 한전이 독점 공급하고 있고 반대로 얘기하면 정부가 100% 책임지고 있는 구조라 전기요금은 웬만하면 변경하지 않고 유지하려고 한다”면서도 “그런데 전기요금을 계속 이대로 유지할 경우 손실 폭, 적자 폭이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정부 재정 손실도 문제고 과도한 에너지 낭비 또는 절감하지 않는 문제도 생길 수 있어 국민 여러분께서 전기 사용에 있어 절감·절약할 수 있도록 각별히 협조해주시길 당부드린다”며 “한전 부채가 200조원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 국민 여러분도 그 점을 고려해 특히 전기 사용 줄이기에 많이 참여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에너지 쇼크에…OECD “올 韓 성장 2.1→1.7%”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OECD는 ‘중간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 OECD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정례 경제전망에선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제시했는데, 3개월 만에 0.4%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그사이 벌어진 중동사태로 한국경제가 입게 될 타격이 수치상 드러난 셈이다.
OECD는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의 경우 전쟁이 장기화했을 때 생산 활동에 부담이 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의 2.9%를 유지했다. 당초 OECD는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대비 0.3%포인트 상향 조정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중동사태로 그 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한국을 비롯해 영국(-0.5%포인트), 독일(-0.2%포인트), 프랑스(-0.2%포인트), 이탈리아(-0.2%포인트) 등 주요국 전망치가 일제히 하향조정됐다. 반면 미국은 기존보다 0.3%포인트 오른 2.0%로 전망했고, 일본은 기존 전망치인 0.9%를 유지했다.
OECD는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7%로 0.9%포인트 올렸다. 에너지 가격 상승의 여파가 반영된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국가의 물가상승률은 기존보다 1.2%포인트 오른 4.0%로 전망했다.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의 2.1%를 유지했고, 세계 성장률 전망치는 3.0%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OECD는 2027년 한국과 세계 경제 모두 중동사태에서 벗어나 회복할 것으로 관측했지만 향후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진단했다.
이번 전망은 2026∼2027년 미국 실효관세율을 3월 초 수준으로 유지했고, 2026년 중반부터 석유·가스·비료 가격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기술적 가정을 전제로 했다. 향후 분쟁의 양상이나 에너지 가격 추이에 따라 성장률과 물가의 상하방 리스크가 모두 크다는 설명이다.
OECD는 “현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 정책이 적시성 있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 가계·기업을 타기팅하며 에너지 절약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정지원의 종료 시점 설정 및 지속 가능성 확보, 공급·구매처 다각화, 금융 안정 체계 도입, 친환경 에너지 활성화 등도 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