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을 마치고 막차를 기다리던 지하철 승강장. 직장인 김모(42) 씨는 오른쪽 갈비뼈 아래를 습관처럼 눌렀다. 묵직한 피로감과 명치끝의 더부룩함을 단순한 스트레스 탓으로 넘긴 지 두 달째. 하지만 건강검진 초음파 결과지에는 ‘지방간 진행 소견’이라는 예상치 못한 경고 문구가 적혀 있었다.
국내 성인 10명 중 3명은 이미 간에 지방이 쌓인 상태로 추정된다. 대한간학회는 성인 약 30%가 대사이상지방간질환 범주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27일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 비만 유병률은 최근 37.2% 수준까지 상승했다. 체중 증가와 함께 술을 마시지 않아도 지방간이 나타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젊은 연령대에서도 관련 질환이 증가하는 흐름이 관찰된다.
◆조용한 경고음, 방치하면 되돌리기 어려워
간은 해독·영양 저장·에너지 대사 조절 등 수백 가지 생리 기능을 담당하는 핵심 장기다. 하지만 기능 저하가 상당 수준 진행되기 전까지 뚜렷한 통증을 느끼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문제는 이 신호들이 대부분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로 넘겨진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피로감이나 식욕 저하, 소화 불편 같은 모호한 신호만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 관리 시점을 놓치기 쉽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 빅데이터에서도 간 질환 관련 진료비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간이 염증이나 섬유화 단계로 진행되기 전에 생활습관 교정에 나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강조한다.
배달 음식 중심 식사, 초가공식품 섭취 증가, 액상과당 음료 습관 등은 간 지방 축적을 촉진하는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의료 현장의 경고는 보다 직접적이다. 한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간에 축적된 지방은 단순한 체지방이 아니라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상태와 유사하다”며 “염증과 섬유화 단계로 진행될 경우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주 뒤 진통제 습관, 간 대사 부담 높일 수 있어
회식 다음 날 두통을 완화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복용하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도 상황에 따라 간 기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권장 용량을 초과하거나 음주와 병행할 경우 간 손상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음주 후 반복적인 진통제 복용 이후 간 수치가 급격히 상승해 응급실을 찾는 사례도 보고된다. 손상된 간세포는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운 만큼 일상 속 위험 요인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생활 변화가 간 건강의 분기점
간 건강 관리의 핵심은 결국 일상 습관에 있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은 체중 감소 여부와 관계없이 간 지방 감소와 대사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
당류 음료를 물이나 무가당 차로 바꾸고, 출퇴근길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작은 행동 변화도 간 기능 지표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점심 식사 후 습관처럼 들던 시럽 커피 대신 생수병을 집어 드는 선택, 붐비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손잡이를 잡는 오늘의 작은 실천이 향후 장기 치료 부담과 건강 악화를 줄이는 현실적인 예방 전략이 될 수 있다.
[Tip] 간 건강 관리에 도움 되는 식습관
-통곡물·채소 섭취 확대
정제 탄수화물 대신 식이섬유 중심 식단 구성
-불포화지방 활용
올리브유·견과류·등푸른생선 등 선택
-붉은 육류 섭취 줄이기
생선·콩류 중심 단백질 보충
-당류 음료 감소
물·무가당 차 등으로 대체
-주 150분 이상 유산소 운동
임상 연구 흐름에서 간 지방 감소 효과 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