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가장 수혜를 많이 본 나라는 러시아라는 분석이 나왔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길어지면서 중동산 석유·가스 공급이 차단되자 인도·중국 등 소비량이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대체재로 러시아산을 사들이고, 서방의 대(對) 러시아 제재도 일시적으로 해제됐기 때문이다. 실제 러시아 우랄산 원유는 이란 전쟁 전인 지난 1∼2월 배럴당 평균 52달러(약 7만9000원) 수준이었지만 3월 들어 80∼90달러(약 10만5000∼12만원)로 올랐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이란 전쟁이 발발한 뒤 12일간 석유 수출에 따른 추가 세입이 13억∼19억달러에 달했다고 지난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이번주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석유·가스 공급업체 회의에서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해협 봉쇄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발생한 추가 수익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란 전쟁 시작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산 석유·가스 공급과 관련한 제재를 한 달 간 해제한다는 통보를 받았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러시아산 석유 수입 영구 금지 계획을 연기한 상태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이란 전쟁으로 쏠리면서 4년 넘게 이어져 온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과 EU의 군사자원 지원이 중동으로 분산된 것도 러시아에는 호재다. 이 같은 상황이 겹치자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 10일 브뤼셀 회의에서 “이란 전쟁의 유일한 승자는 러시아”라고 언급했다. 중국 상하이 화동사범대학 러시아학센터의 장신 부소장은 SCMP에 “현재 이란과 중동의 상황이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에 유리하다”며 “석유 가격 급등이 재정적인 도움을 줄 것이고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보내려던 군사 장비를 이란으로 돌릴 수 있어 반사적 이익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상하이국제문제연구소의 러시아·중앙아시아 전문가인 자오룽 연구원은 러시아가 이란 전쟁의 수혜 과정을 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러시아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익을 누릴지는 의문스럽다”고 전망했다. 자오 연구원은 러시아의 수혜가 단기적일 것이라는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인하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었다. 재미 중국 정치학자인 쑨타이이 크리스토퍼 뉴포트대 정치학과 부교수는 “이란 전쟁의 기간과 규모에 따라 러시아가 누릴 수혜의 규모가 달라질 것”이라면서 “러시아가 단기간 누리는 이득으로는 현재 겪고 있는 재정난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쑨 부교수는 그러면서 “러시아 입장에서 보면 이란 정권 교체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 더 큰 이득을 챙길 수 있지만, 미국이 지상군 파견을 피하고 신속한 승리를 선언하면서 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산 원유·가스 공급 중단을 대체할 국가로 떠오른 러시아로 인해 국제정치 지형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의 대표적 국제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이자 포럼 싱크탱크 발다이클럽의 전문가 안드레이 코르투노프는 “중국과 인도 등으로서는 에너지 공급국이자 국제 파트너로서 러시아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를린 소재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 등은 이달 초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를 통해 “중국의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미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 커진 러시아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면서 러시아·중국 관계에 균열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쑨 부교수는 미국이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시도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