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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내 보수 원리주의 세력 확장…협상 반대 여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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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란 내 보수 원리주의 진영이 빠르게 세를 확장하고 있다. 협상 중단을 요구하는 강경 여론이 확산되면서, 대화 기조를 내세운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보수 원리주의 진영의 대변인 격으로 꼽히는 아미르 호세인 사베티 의원이 대표적이다. 강경 여론을 전면에서 대변하는 사베티 의원은 “다시는 휴전이나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라”며 미국과의 대화와 협상에 반대하는 입장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만 37세인 사베티 의원은 보수 원리주의 정치권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젊은 정치인으로, 지난 2월 미·이란 핵협상 과정에서도 페제시키안 행정부의 대화 기조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지난 21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알리 모하마드 나이니 전 혁명수비대 대변인 장례식에서 한 남성이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1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알리 모하마드 나이니 전 혁명수비대 대변인 장례식에서 한 남성이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사베티 의원의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보수 원리주의 진영 내부에서도 비교적 선명한 강경 노선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8월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친서방 성향의 자바드 자리프 전 외무장관을 부통령으로 기용하자, 사베티 의원은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반대 입장을 냈다. 자리프 전 부통령은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하산 로하니 행정부 간 이란핵합의(JCPOA) 체결을 이끌어낸 개혁파 인사다. 그러나 보수 원리주의 진영의 반발 속에 약 7개월 만에 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라이시 행정부에서 대통령실 언론보좌관을 지낸 세페르 칼라지 역시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보수 원리주의자인 칼라지 전 보좌관은 엑스(X)를 통해 “(미국이) 항공모함과 공중급유기 파견을 언급했을 당시 (이란이) 선제 타격에 나섰다면, 적은 그 위협을 현실화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외 위협에 대해 선제적이고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현 사태의 조기 종식을 위해서는 강경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란에서는 최고지도자가 군 최고통수권을 보유하고 있어 대통령이 혁명수비대를 직접 통제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혁명수비대가 행정부와 다른 판단에 따라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표적 사례로는 2020년 1월 혁명수비대의 우크라이나 민항기 격추 사건이 꼽힌다. 당시 개혁파 성향의 하산 로하니 행정부는 사건 초기 혁명수비대로부터 보고를 받지 못해 혼선을 겪었고, 이후 격추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부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우크라이나 민항기 격추 사건은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측근인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군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직후 발생했다. 이후 개혁파 성향의 로하니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은 빠르게 약화됐고, 총선을 통해 의회 권력은 보수 원리주의 진영이 장악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우리 정부 역시 페제시키안 행정부뿐 아니라 이란 의회와 혁명수비대까지 포함한 다층적 소통 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이란 정치 구조의 특성상, 의회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고지도자실과 혁명수비대가 직접 메시지를 내기 어려운 경우, 보수 원리주의 성향 의원들이 먼저 강경한 입장을 제기하고 이후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정책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반복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