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차 석유최고가격제를 실시한 가운데, 제도 시행 첫 날부터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경유 가격이 일제히 반등했다. 가격 상한을 높인 것이 곧 바로 국내 기름값에 반영된 모습이다. 다만 제도 시행에 맞춰 기존 재고가 남아있음에도 판매가를 서둘러 올리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7일 오후 4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838.8원으로 전날보다 19.4원 올랐다. 오전 9시(10.8원 상승)와 비교해 불과 7시간 만에 상승 폭이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같은 시각 경유 가격은 1834.6원으로 18.8원 상승했다. 서울 지역 기름값도 크게 뛰었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865.6원으로 전날보다 18.0원 올랐다. 서울 평균 경유 가격은 17.3원 상승한 1853.5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휘발유 가격은 미국·이란 전쟁 발발 후 상승세를 이어가다 지난 10일 최고가를 찍고 하락세를 이어온 뒤, 15일 만인 지난 25일 상승 전환했다. 정부는 기름값 안정을 위해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지난 13일부터 2주간 시행했다. 이날부터 2차 최고가격제 시행에 들어갔다. 보통휘발유는 1934원, 자동차용 및 선박용 경유는 1923원, 실내 등유는 1530원으로 각각 지정했다. 1차 석유 최고가격 당시(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실내 등유 1320원) 대비모든 유종이 210원씩 인상됐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계속해서 치솟고 있는 만큼, 정부도 가격을 현실화했다.
정유사 공급 가격이 오름에 따라, 시장에서는 주유소 판매 가격이 추가 상승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1차 최고가격제 시행 직후인 3월 셋째 주 정유사의 휘발유 공급가는 L당 1721.7원이었다. 이를 반영한 당시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이 1829.3원(3월 셋째 주), 1819.2원(3월 넷째 주)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100원 안팎의 마진이 붙은 셈이다. 다만,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 확대 등 가격 안정화 조치를 실시하고 있는 만큼 급격한 가격 인상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제도 시행 첫날부터 가격 인상 요인이 없는 기존 재고분까지 가격을 올리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비자단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은 전날 대비 이날 오전 5시 휘발유 가격을 인상한 주유소는 843개, 경유 가격을 인상한 주유소는 821개라고 밝히며 “주유소들은 재고 소진 전 가격을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상 주유소들은 약 2주 치의 재고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2차 제도 시행 직전까지 확보한 기존 재고는 인상 전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주장이다.

